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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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는 않았는데도 우연찮게 비슷한 책 두 권을 읽었다. 한 권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인 이 책이고, 또다른 한 권은 일주일 전쯤 읽었던 필립 베송의 <<10월의 아이>>이다. 이 두 권의 공통점은 "실화"를 바탕으로 꽤나 사실적인 증거를 가지고 씌여졌다는 점과 아무런 잘못도 없는 무고한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는 점이다. 그 외에는 사건 내용과 이 사건을 알려주는 서술자가 달라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지만 어쨌든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제목에서처럼 이 사건은 충분히 "예고"되어졌다. 범인들(비까리오 쌍둥이 형제)은 자신들이 하려는 행동(살인)을 누군가가 말려주기를,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자기 가족들의 명예를 되살려주기를 바라는 듯 과장되게 행동하고 과도하게 살인 예고를 했다. 하지만, 막상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진심으로 듣지 않았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방치 아래 산띠아고 나사르는 죽어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부터가 실소를 자아낸다. 마을에 결혼식이 열렸다. 외부로부터 단절된 이 섬에 한 화려한 젊은이가 오고, 이 젊은이(바야르도 산 로만)는 앙헬라 비까리오에게 청혼을 한다. 하지만 첫날 밤, 신부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친정집에 되돌려지면서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한다. 앙헬라는 쌍동이 오빠들에게 "그"의 이름을 산띠아고 나사르라고 밝혔다. 여동생과 가족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 흥분한 두 형제는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계획을 실행한다. 

"산띠아고 나사르는 자신이 저지른 무례를 속죄했고, 비까리오 형제는 사내대장부임을 입증했으며, 농락당한 여동생은 명예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107p

하지만, 이 책에서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두 가지 사실이 있다. 하나는 실제로 앙헬라를 범한 이는 산띠아고 나사르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비록 앙헬라는 끝까지 그라고 말하고 있지만...)과 이 마을 사람들이 예고된 죽음 앞에 어째서 아무도 그것을 막아낼 수 없었는가 하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끝까지 나를 괴롭혔던 문제!!! "명예"라는 이름으로 정당방위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에서는 비까리오 형제 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대부분도 명예를 위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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