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엔... 뭐 이런 캐릭터가 다 있나...싶었다. 입이 방정맞아서, 말 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아서, 생각이 없어서 그리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어쨌든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거나 운이 없어서라고 하기에는 이 남자 스스로의 잘못이 너무나 크고, 그렇다고 이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또 너무 불쌍하다.

Mr. 후회남. 이 남자의 이름은 쩡광셴이다. 이 사람의 청소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당시 중국의 시대배경과 사회 분위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 그의 첫 실수, 아버지의 바람 현장을 목격하고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게 된 그 사건은 어찌보면 그가 신문을 열심히 읽거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로 세뇌당한 여러 사상들 때문에 비롯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너무나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에 일어난 결과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이 때로는 자신을 비롯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불현듯 아버지가 생각났다. 내가 건달을 그리워하다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사실이 아니기를 빌고 빌었으나 불행히도 사실이었다. 그 그리운 감정은 마치 목에 걸린 쇳덩어리처럼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무게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조금씩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한테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사기를 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76p

그가 자라고 "여자"들에 대한 감정이 생기면서부터 쩡광셴은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그의 실수들. 성(性)에 대해 무지했거나 너무 늦게 깨달아서 생긴 일들이 수두룩하다. 그의 일생을 통해 그는 미리 알게 된 사실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일이 거의 없다. 모든 일을 직접 부딪치고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야 하는 때, 오히려 입을 닫음으로써 2년이나 더 감옥에 갇혀 있을 정도로! 정말 답답할 정도로 미련하다. 

그뿐인가! 그는 귀가 얇기까지 하다. 친구의 말에 현혹되어 자신이 범죄자가 될 정도로. 정말 한숨이 푹푹 내쉬어질 정도로 이 남자 너무나 미련하고 안타깝다. 너무나 늦게 깨닫고 사고가 느린 까닭에 그는 항상 타이밍을 놓쳐버린다. 그렇게 그가 저지르게 된 실수와 그 결과들 앞에도 쩡광셴은 꿋꿋하게 보인다. 그저 지금까지 쌓인 그 경험들로 그 다음은 조금 수월하게 넘어가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 남자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 그리고... 어쩌면 이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남자는 또 약간은 그런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나와 닮아있지 않을까..생각했다. 쩡광셴은 모두 최대 실수의 연발이었고 나쁜 일만 가득 모아놓은 듯한 일생이었지만 우리도 어느 정도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가. 조금 실수하고 후회하고, 또 깨달으며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기위해 살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평생을 "성(性)"을 갈망했지만(그보다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바랐던 것도 같지만) 또한 평생 동정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이 가련한 남자는 마지막에 정말 팡~!!!하고 우리에게 웃음을 터뜨려준다. 그의 마지막이자 최대의 실수!!! 그는 정말 평생 말실수를 하고 살 수밖에 없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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