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저 표지를 보고 어떻게 이 책을 손에 들지 않을 수 있을까. 제목 <<아름다운 흉기>>가 자신인 양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에 짙은 마스카라, 안쪽에서 흐르는 ’눈물’이 아닌 ’피눈물’처럼 보이는 것이 마스카라와 함께 흐른 듯 자욱이 보인다. 어떤 원한이 있을까? ’복수’에 대한 이야기일까? 같은 것들을 생각해본다.

이야기가 조금 시작됨과 동시에 무엇이 <아름다운 흉기>인지, 범인은 누구인지...를 금방 알 수 있어서 이 소설을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렵겠다. 대신 범인이 복수를 위해 네 사람을 한 사람씩 찾아내는 과정이 매우 짜임새 있고 긴박해서, 범인을 미리 알고있다는 것은 조금도 방해가 되지 못한다. 이런 것을 서스펜스라고 하던가? 

센도 고레노리라는 스포츠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의사가 있다. 그리고 그에게 약을 받아(이른바 도핑) 훌륭한 성적을 낸 바 있는, 일본 신기록을 보유한 전 올림픽 스타들이 네 명. 아니, 처음엔 다섯 명이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자살을 택하고 유서를 남김으로서 조사가 시작되자 자신들이 쌓아올린 것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네 명은 센도 고레노리의 집에 숨어든다. 그리고 우발적으로 그를 죽이게 된다. 그런데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창고에서 저택 곳곳에 숨겨진 카메라를 통해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다. 바로, 센도 고레노리의 마지막 비밀 병기이다. 190 센티미터가 넘는 장신에 잘 훈련된 근육에서 나오는 힘을 가진 그녀(타란툴라라고 불리게 되는)는 센도의 복수에 나서게 된다.

작가는 쫒는 자(타란툴라)와 쫒기는 자(전 올림픽 스타인 다쿠마, 유스케, 준야, 쇼코), 그리고 사건을 쫒아 해결하려 하지만 늘 한 발 늦게 도착하는 경찰 등 3가지 관점에서 서술한다. 그런 영향 덕분인지 책을 읽는 독자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차근차근 눈에 보이듯이 사건을 쫒아갈 수가 있다. 

"준야는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200p

쫒기는 자 입장에서 보면 190이 넘는 장신에 엄청난 힘을 가진 타란툴라가 괴물처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진정한 괴물은 누구일까? <아름다운 흉기>가 타란툴라임은 활실하지만, 정작 괴물은 인간의 도리는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며 내달리는, 센도나 쇼코의 모습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치밀하고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쇼코의 모습에서는 마치 ’광녀(狂女)’의 모습이 비치기도 한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 최고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이 사회에서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신 한 번 씁슬해짐을 느낀다. 초인적인 힘으로 여러 사람을 살해했던 타란툴라도 결국은 엄마가 될 수 있는 여자였다는 사실...(마지막 그녀의 말..."베이....비...."가 왜 이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이 그녀 또한 또다른 피해자였음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