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한 살의 프라하

스물한살의 프라하
박아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프라하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흑백사진의 그녀 모습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예쁘장한 마스크의 그녀 이름은 박 아름.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삶이라고 생각해오던 바이올린을 공부하기 위해 스물 한 살에 홀로 체코의 프라하로 간다. 이 자그마하고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예쁜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프라하에서 열심히 음악 공부를 하던 그녀의 추억이 담겨있을까? 아니다! 놀랍게도 그녀는 프라하 한복판에 100평이 넘는 민박집의 사장님이다. 이 책에는 그녀가 음악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 프라하에서 어떻게 민박집 사장님으로 변신할 수 있었는지의 이야기가 아주 소박하게 담겨있다.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그녀의 프라하 생활 이야기가 한 축을 이어가고 그 옆에는 빨간색 작은 글씨로 프라하의 기본적인 정보나 그녀의 "풀하우스"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들이 더해진다. 이야기를 읽다가 조금 산만해지지 않을까 싶던 이 작고 빨간 글씨들은 그녀의 이야기에 톡톡한 양념 구실을 해내기 때문에(마치 여행 정보도서 같은 느낌이다) 더욱 정감어리고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한 챕터가 끝나면 프라하를 몇 군데로 나누어 사진과 함께 그녀의 가이드가 시작된다. 전문적인 여행 정보지처럼 자세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살면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기 때문에 매유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그녀가 처음 프라하에 도착하여 갈 곳 없이 헤매고 있을 때 만나게 된 민박집 사장님 부부 덕분에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과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그 첫날과 같은 사정에 처해 있던 세 여자들을 만나게 되어 자신의 집에 초대하게 된 사연. 이 두 사건은 그녀가 민박집을 꾸려나가게 된 것이 마치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서 하나, 둘 재워주던 것이 미안해서 침대를 들여놓게 되고 입소문에 손님이 많아지자 집 앞의 집 한 채를 더 구입해 민박집은 100평이 넘고 손님은 수십명에 이르게 된다.

대체 어디에서 그런 무지막지한 용기가 났을까. 스물 한 살이라는 나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꿈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는 나이이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펼쳐보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런 어린 나이에, 처음에는 물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는 것이 그저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었다고 해도, 100평이 넘는 민박집을 꾸려나가는 일은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처럼 주문 전화를 받고, 수십 명분의 아침 식사와 빨래, 청소 등등...하루 종일 일해도 끝나지 않는 것이 집안일이다. 그녀가 종종 회의를 느끼고 그녀의 어머니가 찾아와 통곡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룰 안에서 항상 열심히 일했다.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과 다양한 경험 속에서 그녀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밝게 빛난다. 그런 그녀를 보며 손님들은 힘을 얻고, 그녀 또한 손님들에게 힘을 얻는다.

그녀가 진정 행복한 이유는... 그녀가 밝힌대로 "남들 보기에 그럴싸한 꼭두각시가 아닌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기 때문"(...221p)일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에 끝까지 책임질 줄 알고 힘들고 괴로운 것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녀는 이미 어른이다.

그녀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다는 새로운 도전이 지금껏 그녀가 경험했던 수많은 만남과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빛나게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