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월요일 - 참을 수 없는 속마음으로 가득한 본심 작렬 워킹 걸 스토리
시바타 요시키 지음, 박수현 옮김 / 바우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난 무엇이 되겠다!"고 외치던 당찬 포부는 대학교 전공을 정할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혹은, 학교를 낮추고, 낮춰서라도 원하던 학과에 들어가게 되면 그 다음은 내가 막연히 알던 그 직업과 내가 배우는 공부 사이의 괴리감에 당황하기도 한다. 졸업한 후엔 어떤가. 2년 혹은 4년,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고 자부할 수는 없어도 내가 바친 그 기간이 아무 쓸모가 없어지게 마련이다. 우리...현실이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 사람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든 운이 좋아서였든 "취미가 곧 직업"이 된 사람들은 정말 행복해서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자신의 현실에 맞추어 살아간다. 원하는 직장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어도 다른 별다른 수가 없어서, 일단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에 불만이 가득해도 투덜투덜대며 지루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소설 속의 네네처럼...

출판사에 입사하고 싶었던 네네는 꽤 입지를 갖춘 출판사에 낙하산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원하는 부서로 발령받지 못하고 경리과에서 일하고 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년 내내, 거의 같은 일로 쳇바퀴 돌리는 듯한 직장 일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경리 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아니, 솔직히 네네의 성격에는 잘 맞는 듯 보이지만..), 회사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할만한 일도 아니기에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작 네네가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는 일은 150분의 1로 축소해서 만든 건물 모형들. 이것들을 만들 때만은 네네도 저절로 미소지어질만큼 행복을 느낀다.

"나에게도 ’가슴 떨리는’ 세상이 여기에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 작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커다란 세계는 이 세상과 동떨어진 우주 같은 곳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커다란 세계의 일부이고, 이 작은 세상은 나의 일부이며, 그리고 동시에 이 작은 세계의 일부가 나이고, 나의 일부가 나를 둘러싼 커다란 세계인 것이다.
죽은 척 따위는 하고싶지 않다. 회사에 있을 때도 나는 살아 있는 인간이고 싶다."....51p

회사에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집에서 축소 모형 건물을 만들 때만큼은 행복한 네네는 그 두 가지 사이의 거리를 좁힐 방법을 찾는다. 바로 회사 건물을 축소 모형으로 만들기로 한 것. 이런 진지한 네네의 고민이 그야말로 "젊음"을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 다시 처음부터!라는 적극적인 시도는 아니어도 현실을 고려한 그녀만의 작은 용기이자 일탈이다.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통해 네네는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고 고민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아간다. 무심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될 줄도 알게 되고,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괴롭고 힘들기만 한 장소가 아니라 나의 일부가,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질 장소가 바로 회사라는 것을 잘 기억하고 가장 좋아하는 축소 모형을 만든다. 또다시 참을 수 없는 월요일이 돌아와도 이제 그 고민들과 걱정들이 모두 밑거름이 되어 조금은 의연하게, 조금은 즐겁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10년전 회사생활을 돌이켜보게 할만큼 아주 실감나는 소설이었다. 나또한 낙하산 입사여서 그러했고,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비슷한 사건을 통해 정말 여러 군상들이 있구나.., ’사회’라는 곳은 이런 곳이구나...라는 것을 알려준 나의 첫 직장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어디를 가나 모두 똑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때만해도 그곳에서 버티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난 그곳에서 도망쳤다. 

네네는 조금 무심한 듯, 딱딱한 듯 보여도 끝까지 잘 버티고 용기를 냈고, 앞으로 나아갔다. 150분의 1 회사 모형을 만들며 이제는 회사를 조금은 즐거운 곳으로 만든 네네를 보며 10년 전의 나는 그녀가 조금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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