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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이수광 지음, 정윤정 외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나서 그 책의 내용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거나(대부분은 실망하게 되지만..) 혹은 먼저 영화나 드라마로 만난 후에 소설로 읽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두 매체를 통해서 나왔다면 왠지 그 두 개 모두 확인해봐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곤 한다. 내용은 같은지, 여기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는지 등등 말이다.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이 드라마로 먼저 방영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워낙 과학수사대 같은 시리즈를 좋아하는지라 "볼까?"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줌마 치고 드라마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한국판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지라(순전히 나만의 편견이다.) CIS 같은 수준이 아닐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렇게 나는 그 드라마를 보지 못했고, 이렇게 책으로 만났다. 결론은... 봐 둘걸...이었다.
책으로 만난 별순검은 "우리 역사를 바탕으로 아주 탄탄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별순검이 태어난 배경부터가 막연히 조선 중기가 아닐까..생각했던 나의 편견을 깨뜨렸다. 갑오개혁 이후, 포도청이 폐지되고 현재 경찰 조직의 효시인 경무청이 창설된 것. 이 경무청의 관리가 '순검'이고, 이들 중 제복을 입지 않고 비밀 정탐에 종사하던 특별수사팀을 '별순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그 외 여러가지 사건 등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던 시기였고 그런 역사적 사실을 뒤로 하고 그 안에서 겪었을 서민들의 아픔과 고충들이 <<별순검>>의 사건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객주 비녀 살인사건>에서는 용의자를 심문하고 싶어도 그가 일본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마음대로 소환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데 이렇게 일본인들의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 있는 것은 <육혈포 살인사건>의 사기꾼 마츠모토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잘 기억하시오. 지금 이 나라엔 두 번째, 세 번째 송시운들이 줄을 섰다구." ...187p
그런가하면, 1899년의 축첩반대시위 사건을 그대로 사건으로 재연한 <연못 살인사건>에서도 현시대를 잘 반영하고 있다. 축첩반대시위는 한 남자가 본부인을 제외하고도 둘, 셋씩 첩을 두고 사는 것을 못하게 막아달라고 아녀자들이 상소를 올리며 시위한 사건이다.
이렇듯 <<별순검>>에는 그냥 흥미로운 사건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혼란스럽고 어지러웠던 나라 상황이 잘 드러나있고 그 당시의 생활 방식이나 그들의 삶을 아주 잘 반영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한 시절이 아니었으므로 지문 감식이나 여러 현대적인 장비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러 증거들을 중심으로 차츰차츰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며 우리 조상들도 매우 현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과정들은 CSI에도 전혀 뒤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약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그 열정만은 어디를 가나 같기 때문이리라.
드라마를 보았다면 드라마와의 차이를 찾아가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못했더라도 그당시 역사와 비교해가며 읽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