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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괜찮아. 위기의 주부들만 있는 게 아니더라구. 위기의 청소년들하고, 위기의 아이들 편도 있던데. 내일 자기사 제목은 위기의 가장들이라고 예고까지 했어. 결국 모두 다 위기인 거야. 모두 다 위기면, 아무도 위기가 아니란 얘기지."...37p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엔 정말 "위기의 ~"들이 참 많기도 하다. 그만큼 모두 불안하고 초조하며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뉴스에서 과장하고 포장하여 부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위의 노시보 형의 말대로 모두 다 위기면 오히려 아무도 위기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무중력 증후군>>는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므로 공감할 수 있는 것들. 문화재가 불타버리거나 네티즌들끼리의 파벌 싸움, 인터넷에서의 섹스 파문, 묻지마 살인 등등.. 어제나 수일 전에 뉴스에 등장했음직한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서도 일어나니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가진 이 소설이 현실성을 갖게 된다.
어느 날, 한 개이던 달이 두 개로 늘어나는 일이 발생한다. 두 개이던 달은 세 개, 네 개, 다섯 개를 거쳐 여섯 개까지 늘어나게 되고 달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는 무중력자들이 생겨나고 여러 사건들(자살, 폭력, 히스테리, 살인 등)이 달에 의해(그렇게 추정될 뿐이다.) 일어나게 된다. 주인공 노시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립"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소심하고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그는 그 이유를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데, 그런 그야말로 6개월 동안 148회나 병원을 찾을 정도로 여기 저기 안 아픈 데가 없는 무중력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이다.
"무중력 증후군"이란 달이 번식하면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호흡곤란을 느끼는 질벙이라고 한다. 이 새로운 질병은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질병들을 모두 포함하기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앓는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노시보는 잘 치료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또 다른 병원을 전전한다.
"...치료되고 있다는 것이 불안했다. 아무것도 아프지 않다는 것이 제일 불안했다. 나는 커피숍에 가는 대신 병원에 갔다. "....251p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에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끼는 노시보는 바로 우리 자신인 것 같다. 외로워서,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외롭고 허전해서 그 이유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돌려대지 않으면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해질 것 같아서 여러가지 질병을 앓고 싶어하는 것은 아닐까. 그가 바로 나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어떤 사건이 하나 터지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사건에 대해 모조리 알아야 안심하는 사람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소외되기가 싫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들는 더욱 더 새로운 이슈를 찾아 헤매고 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모두 주인공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엑스트라일 수밖에 없는 사회.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50개 이상의 동호회에 가입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사람들. 진정한 실수나 잘못으로 추궁받지 못하고 엉뚱한 사회의 이슈에 따라 잘리는 장관들. 이런 사회의 부조리함과 위선을 너무나 잘 꼬집고 있다.
간결하고 위트 넘치는 문체로 우리의 현실을 비현실적으로 이야기한 윤고은이라는 작가가 앞으로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