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1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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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 난 이제껏 이 두 권의 책이 제목을 함께 쓰는 한 권의 책인 줄 알고 있었다.(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데..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수 있었는지..) <<톰 소여의 모험>>을 읽은 지도 너무나 오래 되었고, 요즘 EBS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도 톰과 핀이 함께 등장하니 당연히 그게 그거려니..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첫 문장.

"당신이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가 누군지 전혀 모를 것이다."....9p

그렇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정신없이 사고와 사건을 만들고 돌아다니는 톰의 모험 이야기 <<톰 소여의 모험>> 후편격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앞부분에 허클베리 핀이 몸소 친절히 <<톰 소여의 모험>>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을 설명해주니 <<허클베리 핀>>만 읽는다고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훌륭한 가문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 아는 것도 많은 톰 소여와는 달리 붕괴된 가정으로 제대로 된 정규교육도 받지 못하고 잡초처럼 살아온 허클베리 핀은 입양된 더글라스 아줌마네서 깨끗한 옷과 엄격한 성경 공부, 제한된 행동 등에 견디지 못한다. 게다가 알콜중독자인 아버지가 찾아와 헉의 돈을 탐하며 폭력을 일삼자 결국 "탈출"을 선택하게 된다.

커다란 줄기로 봤을 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허클베리 핀과 왓슨아줌마의 흑인 노예인 짐이 각자 탈출한 후 서로 만나게 되어 미시시피강을 따라 모험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허클베리 핀은 정형화된 사회와 아버지로부터, 짐은 인종 차별로부터 도망쳐 함께 여러 사건, 사고를 겪으며 서로에게 노예와 백인으로서가 아닌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미국 현대 문학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우리에게 최고의 책이다."라고 극찬할만큼 격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규범과 규칙에 얽매여 있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하는 허클베리 핀은 그만큼 자유롭고 순수한 아이이다. 그런 아이의 눈을 통해 비쳐진 사회의 부조리함, 인습 등 그당시 미국 사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중 그레인저포드 가문을 방문했을 때 일어났던 가문과 가문의 싸움. 두 가문 사람들은 처음에 왜 싸우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서로에 대한 증오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두 가문 사람들에게는 그 싸움이 정당할지라도 그 가문 밖의 사람인 허클베리 핀은 그들에게 역겨움을 느낀다.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나는 견딜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나빴다. 속이 메스꺼워서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때 일어난 일들은 정말이지 두 번 다시 입에 올리고 싶지 않다. 얘기를 꺼내면 또다시 속이 울렁거릴 테니까. 그렇지만 그 일은 일생 동안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머릿속에 남았다...."...130p

그 외에도 천하의 사기꾼 왕과 공작의 사기 행각을 목격하면서도 허클베리 핀은 같은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기꾼들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에게 당하는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물질에 집착하고 위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허클베리 핀이 겪는 가장 큰 갈등은 짐이 잡혀갔을 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문제였다. 헉은 짐이 어차피 잡혔으니 노예로 살텐데 그럴 바에는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헉은 왓슨 아줌마에게 편지를 써 놓고 다시 생각한다. 지금까지 함께 지내오며 짐과의 나쁜 기억은 없고 좋았던 기억만 가득하기 때문에 헉은 차라리 지옥에 가겠다(다른 사람의 재산으로 생각되어 오던 흑인 노예를 빼돌렸으므로)는 의지로 마음 속 양심에 따르게 된다. 그 무엇보다 가치있는 것. 사회적 규범이나 통념보다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껴서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양심"이라는 단어에 대해 진정 자유롭고 순수한 헉이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헉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늘 이렇다. 옳은 일을 하든 그른 일을 하든 마찬가지다. 인간의 양심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달으려 하기보다는 무조건 남을 탓할 뿐이다. 인간의 양심만큼이나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똥개가 있다면, 난 그놈을 당장 잡아 죽일 테다. 양심은 인간의 내장 모두를 함한 것보다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크기에 비해 그다지 쓸모가 없는 듯하다."....2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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