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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알렉스 쿠소 지음, 아이완 그림, 윤정임 옮김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태양과 맞짱뜰 수 있는 아이, 미로.
<<눈먼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는 태어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미로의 성장소설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당당하고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는 아이.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장애인이라는 이름 앞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미로는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더 순수하거나 나쁜 유혹들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그들에게 그렇게 기대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다른 소년들과 같은 평범한 소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륀은 아마도 나의 장애가 나를 순화시켰고, 그래서 내가 세상의 나쁜 유혹들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다. 난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기는 커녕 그런 걸 바라지도 않는다. 나는 단지....조화로운 것을 원할 뿐이다."....128p
조화로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에 대해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나이. 그 어정쩡하고 불안한 시기에 미로는 조화로움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어렸을때부터 함께 뛰놀던 친구들과 미로를 그림자처럼 쫒아다니며 그를 안내하는 개, 볼로, 혹은 미로의 인생 친구인 팔로쉬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는 어리광부리고 때때로 신경질을 부리는 아이에서 미로가 좋아하게 된 여자아이 륀과 있을 때는 미래를 계획하는 어른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그 사이에서 조화로움을 찾고 있는 것이다.
미로는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아이이다. 태어날 때부터 눈이 멀어 있는 것을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눈을 감고 있는 덕분에 그는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볼 수 있으며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침묵할 줄도 알아야 해. 사람이란 침묵하기 위해 말하는 걸 배운다고, 어느 누군가가 말했던 거 같아. 이 얘기는 눈에도 똑같이 적용시킬 수 있단다. 우리는 눈을 감기 위해 보는 법을 배우는 거야. 나는 보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항상 눈을 감고 있어서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94p
보석같은 말들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소설이다. 내가 중학생이었다면 노트에다 끝도없이 옮겨 적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감수성이 예민하고 모든 감정을 숨김없이 즐길 수 있는 나이에 아이들은 이 소설을 읽으며 미로가 바라보는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