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강의 왕 마루벌의 새로운 동화 20
존 러스킨 지음, 최지현 옮김, 야센 유셀레프 그림 / 마루벌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렸을 때(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난 우리집에 있는 세계 명작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작은 아씨들>>을 읽으며 왜 우리집에는 나와 감수성을 함께 나눌 자매가 없는지 한탄했고, <<밤비>>를 읽으면서는 눈이 퉁퉁 부을 때까지 밤새도록 울기도 했다. 아직도 내게는 침대 한쪽 구석에 쭈구리고 앉아 세계 명작 책을 읽으며 나만의 세계에 빠졌던 그때가 가장 행복하던 때로 남아 있다. 그렇게 행복했던 이유는 책의 내용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빽빽한 글자 속에 간간이 나오는 작은, 혹은 한페이지 전면에 펼쳐진 그림들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상상속의 세계에 빠져든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되었다고 글씨만 잔뜩 들어간 책을 읽으란 법은 없다. 아름답고 섬세한 일러스트는 책의 내용과 함께 아이들을 한층 더 자라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데 싫증을 느끼거나 지루해 하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더 책에 흥미를 가지게 할 수도 있다. <<황금강의 왕>>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다. 크기 자체도 일반 동화책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유아, 유치 때 읽던 그림책 크기에, 고급스러운 종이 질, 세밀화로 그린 듯한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자랑한다. 항상 같은 류의 동화책만 읽던 아이들에게 일탈의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황금강의 왕>>의 작가 존 러스킨은 예술비평가와 사회사상가로 유명한 분인데, 그림 형제와 찰스 디킨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동화는 마치 옛날 신화나 전설의 이야기와 같은 구조를 띤다.

삼 형제가 보물의 계곡에서 살고 있다. 위의 두 형은 못생기고 성격도 포악하며 '부'를 모으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하지만 막내 글룩은 생김새나 성격 모두 형들과는 딴판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마치 신데렐라처럼 형들이 부리는대로만 해야 한다. 이런 삼 형제에게 위기(재산을 모조리 잃게 되는)가 오고, 다시 기회(황금강이 내는 미션!^^ 풀면 거대한 부가 따라온다.)가 찾아오게 된다. 삼 형제는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요정'이 등장하고 그 요정은 "황금강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신과 같은 권위를 가진다. 이 "황금강의 왕"이 다른 이들에게는 조금의 인정도 없는 아주 못된 두 형들을 벌하고, 착한 막내 글룩에게는 부를 준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멋진 배경을 충분히 세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고, 인물의 성격에 대해서도 그 인물의 생김새를 통해 잘 나타내고 있다.

이 글씨가 많은 동화책을... 마치 그림책처럼 보였는지 우리 딸이 갖고 와서 읽어달란다. 무려 70페이지에 달하는 그림 몇 장 없는 이 책을 꼬박 30분이나 걸려서 읽어주었다. 6살짜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걱정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자 우리 딸이 하는 말...

"그러니까 사람은 항상 착하게, 베풀면서 살아야 된다는 거지~ 막내처럼!!"

오옷~ 장하다!!^^ 오랜 시간 목이 쉬어라 읽어준 보람이 있구나~

 

<<황금강의 왕>>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

책을 읽다보면 책의 내용과 일러스트가 조금 어긋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내용을 읽고 책장을 넘겼는데, 그 내용이 바로 뒷장의 일러스트에 나오는 것. 아주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림을 보기위해 책장을 넘겨야 하고, 그림을 보고 다시 앞장을 들춰야하는 조금은 책읽기를 방해하는 점이었다. 그런 것을 조금 더 신경써 주었다면 훨씬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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