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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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 까까머리 고등학생 6명과 곱게 머리를 땋아내린 여학생 하나! 얼핏 영화 <친구>가 생각납니다. 더욱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소설의 첫 문장.

"내가 영민이를 사귀게 된 것이 글쎄 다행인지, 아니면 잘못된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전 영화 <친구>를 떠올리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죠. 그런데 왠걸요. <<머저리 클럽은>> 훨씬 더 다정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움이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저는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다른 세대를 살았습니다. 제가 나이가 조금만 더 들었더라면, 그들과 같은 세대를 살았더라면 이 책은 제게 또다른 공감을 불러일으켰겠죠. 하지만, 다른 세대를 살았어도 그들의 아픔과 정신적 성숙, 감성의 흐름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아마 각자의 인생에 단비같은 시기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순수함과 열정,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부러웠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이 책에서 물씬~ 풍겨나오는 "낭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사춘기를 보냈던 저희 세대만 하더라도 이미 개인주의가 팽배해져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간다느니 클럽을 만든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김용석님의 <<두 글자의 철학>>에서 보면 "낭만"은 옛것이기 때문에, 촌스럽기 때문에, 공허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끌린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머저리 클럽>> 또한 제게 있어 옛것이고, 촌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주인공들이 있고, 그들의 정신적 아픔이 공허하므로 제가 자석에 이끌리듯 끌렸던 것 같습니다. 나도 이런 "낭만"을 느껴봤으면...하는 감정들.

하지만, 지나간 시절이 되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열심히 놀지도 못했던 그 시절. 나는 <<머저리 클럽>> 동순이나 문수처럼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새 한뼘이나 부쩍 성숙했던 적이 있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믿어보는 거죠. 아마 나도 나 모르는 새 그렇게 훌쩍 커버렸을 거라고 말입니다.

<<머저리 클럽>>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읊는 여러 "시"입니다. 동순의 의식을 따라, 정신적 성숙을 따라 자작시로 혹은 인용시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시가 있어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 무감각해진 어른이 되어버린 제가 동순의 감성을 따라가는 것은 사실 좀 어려웠습니다. 낙엽만 굴러도 까르륵~ 웃는다는 사춘기가 이미 오래전에...오래전에 지났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안타까웠습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완전히 동화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이라도 낭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내게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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