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배급회사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2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SF 장르의 시조이며 개척자", "쇼트-쇼트(초단편 소설) 분야의 개척자"...등은 작가 호시 신이치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리고 그의 소설은 정말 짧다. 수필도 아니면서 어떤 소설은 2~3장에서 끝나는 것도 있다. 하지만, 한편 한편이 가슴에 남는다. 그 이유는 탄탄한 구성과 놀라운 결말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이런 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할까?)의 소설을 자주 접할 수 있어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데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 소설이 1960년대 초반에 씌여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 짧고도 짧은 소설 한 편 한 편마다 내용은 신비롭고 결말은 놀라운데, 어디서 이 수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의 작품에서는 구체적인 지명이나 인명 등의 고유명사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알파벳 한 글자(L씨, M씨, F씨 등등, 혹은 그냥 사원이나 청년..)를 이름으로 가진 사람들이고 특정 지역도 없이 그냥 집이나 신사, 지구, 어느 도시..라는 식이다.

SF 소설이라고 하면 대부분 장편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SF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이정도로 짧게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SF소설답게 그의 작품에는 타임캡슐과 타임머신, 혹은 외계인 등이 등장하고 있고, 특히 타임캡슐의 등장 횟수가 높다. 미래만 생각하면 현재의 것은 전부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물질 만능주의를 비꼬거나 우리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나 <무시무시한 사태> <장치 한 대> <원대한 계획> 등을 읽어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공감이 되고 있으니 우리가 40년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걸까, 그의 선견지명이 뛰어났던 걸까.

그의 작품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 머리 아플 때, 심심할 때 아주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다른 표현을 써야할 것 같은 그의 결말(반전은 내가 생각했던 것에 반대되는 상황이지만, 그의 결론은... 항상 옆길로 새어나가 있다.)에 매번 놀라다 보면 내 머리도 왠지 편협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가득찰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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