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네 집에서 아이들 전집 중 한 권인 <신사임당> 위인전을 뽑아들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적은 페이지에 많은 내용을 담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런데, <신사임당>은 조금 너무 심했다. 태어나 잘 자라다가 시집가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이가 율곡 이 이더라...는 식이었다. 분명 신사임당이 우리 위인으로 뽑힌 것은 율곡 이 이를 낳았기 때문이 아닐텐데, 잘 기른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율곡 이 이의 어머니(좋은 꿈을 꾸고 태어났고 어렸을 때부터 영특했으니 어머니가 그렇게 기른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이'를 낳은 사람)로서만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곤 난데없이 페이지 중간에 신사임당의 그림들, 글들이 펼쳐보는 페이지로 별다른 설명도 없이 잔뜩 들어있다. 다른 위인이 아닌 <신사임당>을 꺼내 읽어본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그리고 이 전집은 절대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우리나라엔 제대로 된 위인전이 없다는 것에 실망했다. 아니, 다른 위인이 아닌 '신사임당'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어머니로 추앙되는 '신사임당'을 어떻게 조명해야하는지 올바른 해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은 내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사실, 제목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딸로서, 부인으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서의 신사임당을 하나하나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머니'와 '가족'의 환경과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율곡 이 이가 훌륭한 인물이 된 것은 비단 그가 태어날 때부터 천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사임당의 끝없는 교육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럼 신사임당은 어떤가? 그네(작가가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또한 그네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교육이 있었기에 그렇게 훌륭한 여성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이다. 딸이라고 무시하지 않고 글도 가르쳤고, 그네가 좋아하는 그림과 자수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 옛날 조선시대 여자아이가 좋아한다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부모가 어디 있었을까? 여자가 그런 것을 해서 무엇하냐고 집안일이나 배우라고 했을 것이 뻔한 시대인데(사실 지금도 그런 가정이 많을 것이다.), 그네의 부모님과 조부모님은 그러지 아니하셨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었고, 글도 배우고, 이상적인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자란 신사임당이기에 부모님은 그네의 결혼을 정할 때에도 그네가 좋아하는 그림과 글쓰기를 이해해줄 만한 신랑감을 골랐고 결혼 후에도 시간을 쪼개어 그림과 글쓰기에 정진할 수 있었다. 그것이 자아실현일 것이다. 올바른 정신과 자신의 이념이 바르게 세워진 신사임당의 자녀들 또한 그리 자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네는 아이들에게 시간 날 때마다 성현들의 좋은 말씀을 끝도없이 들려주고 글로 써 기둥 이곳저곳에 붙여둔다. 신사임당은 글을 읽혀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소 실천하려고 노력하니 아이들은 항상 좋은 말씀을 듣고 저절로 좋은 습관과 좋은 이념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자신도 모르는 새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정말 감탄스럽기 그지 없다.

신사임당은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계속되는 임신에 하늘을 원망하고 아이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바로 마음을 가다듬어 태교에 전념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둘째 '번'의 태교에 신경을 덜 썼더니 아이가 확실히 울컥하는 성질이 있었다는 교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사임당은 우리와 똑같이 좌절하고 귀찮아하고 현재를 불평하지만 곧 마음을 바로잡도록 노력하는 분이었다.

'사임당'이라는 당호는 그네가 존경하는 인물인 '태임(중국 주나라 창건을 이룬 성군 문왕의 어머니)'의 가르침을 본받는다는 뜻에서 스승 사(師)자를 넣어 만들었다고 한다. '태임'은 자녀 교육에 대한 열성과 신념이 대단했던 분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일곱 아이를 낳아 아이들 인성에 가장 신경을 쓰며 글공부도 열심히 가르쳤던 그네는 철저한 시간 관리로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와 그림도 계속해서 자아실현의 기쁨도 누린다.

요즘 엄마들이 하나, 둘 낳아 힘들다고 불평을 해대며 책 읽을 시간도 없다거나 나 좋은 일 하나 할 시간도 없다고 투덜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2~3년마다 한 아이씩 계속해서 일곱아이를 낳느라고 낮잠은 커녕 밤잠 잘 시간도 없었을 그네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부모님께는 효를 다하고, 부인으로서는 남편의 입지를 세워주고, 어머니로서는 아이들 교육과 인성에 하나 모자람없이 하며, 자기 자신으로서의 기쁨도 마음껏 누리시다 간 분이다.

신사임당의 짧은 생애가 많이 아쉽지만 제대로 된 그분의 생애를 알 수 있는 책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어려운 말 해설이 그 장이 끝나는 곳이 있지 않고 해당 페이지 밑에 있었으면 바로바로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각 장의 신사임당 그림들도 그 그림들 만이라도 컬러였다면 신사임당을 알아가는 그 길이 더욱 빛났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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