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올 초 남편과 함께 영화 <색, 계>를 보았다. 그당시 영화 <색, 계>를 평하던 "야하다. 엄청 야하다."라는 수많은 평가 때문에 호기심으로 별 생각없이 보게 된 것이다. 2시간 반이라는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아무 대화도 없이 그 영화를 보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둘 다 울고 있었다. 이 영화를 "야하다"라고 평가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얼 본 걸까?

그리고선 난 일주일이나 앓았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으나 꼭 봤으면 좋겠다고 주위에 권했다.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감동과 감정은 날이 지날수록 옅어지는데, 감슴의 울렁증은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색, 계>를 검색했다. 역시나 이 영화의 평가는 대게 "야하다"는 것이었고, 중국 사람들이 체위를 흉내내다 병원에 실려갔다는 둥 흥미위주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영화 <색, 계>는 장아이링이라는 중국 작가가 쓴 소설이고 그 소설에 반한 리안 감독이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색, 계> 소설 자체가 실제 "딩모춘 암살 기도사건"을 배경으로 씌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책을 찾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출판이 되지 않았다. 그날의 실망이....어찌나 컸던지...

그런데, 드디어!!! 소설 <색, 계>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난 후회한다. 소설 <색, 계>를 먼저 읽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색, 계>는 6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색, 계>>는 53페이지에 불과하다. 이렇게 짧은 단편소설을 어떻게 2시간 30분이나 하는 영화로 만들 수 있었을까? 내겐 영화가 너무나 크게 자리하고 있어서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이 다시 오버랩된다. 리안 감독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쉽다. 소설을 먼저 읽었더라면 다른 느낌과 감동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른 중,단편소설을 읽어보니 더욱 그렇다.

왕지아즈는 이 선생이 선물한 반지를 받으며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환상(色)을 갖게 되고 바로 그 순간에 단절의 경계(戒)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녀는 사랑 혹은 사랑이라고 믿는 환상 앞에서 그동안의 노력과 동료들을 배신하며 사랑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장아이링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여성의 약점이다. 바로 이 부분이 영화와 소설에서 다르게 표현한 부분인 것 같다. 영화는 좀 더 로맨틱하게(서로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 있게) 끝을 맺었지만 장아이링은 왕지아즈가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환상에 속은 것이고 이선생은 이기적인고 책임을 전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더 슬프지만, 더욱 현실에 다가가 있다.

"해설"에는 "딩모춘 암살사건"과 소설과의 차이가 설명되어 있어 이 또한 흥미롭다. 또다른 소설을 읽는 것 같아서다. 현실에서의 사건이 소설보다 더 소설답다.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시길..^^

장아이링은 그녀의 작품을 통속소설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 삶 자체가 통속 그  자체이다. 그녀가 직접 말했듯이.

"통속소설에 대해 난 줄곧 뭐라 형용하기 힘든 애정을 느껴왔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들....... 그들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 만약 이것이 너무 천박하여 깊이가 없다고 한다면 부조 역시 예술이라 말하기 힘들 것이다. "

이혼하고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부모들, 유부남과 사랑한다고 믿는 불륜녀, 딸에게 기대 이용하려고만 하는 아버지 등. 그녀 작품 속의 인물들은 우리 주위에서 아직도(이 작품들이 1940~50년대에 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볼 수 있기에 그녀의 작품들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네와 그다지 다를 게 없는 소시만의 삶을 다루고 있어 좋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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