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 이야기 - IQ 76, 인생의 진정한 로또를 찾아낸 행운아
퍼트리샤 우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내 이름은 페리 L. 크랜들, 나는 정신지체자가 아니다. 할머니는 L이 '행운(Lucky)'을 뜻한다고 늘 말씀하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IQ 76의 페리가 로또에 당첨되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진정한 '행운'을 찾아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페리의 시각에서 서술되고 있다. 할머니에게서 어렸을 때부터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해 온 페리의 시각이란 사건의 단어를 설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지랄 맞다'는 형용사다. "이런 지랄 맞은 놈!"에서처럼. 할머니는 신문에서 뭘 읽으시다가 그 말을 절로 내뱉으신다. 불쑥. "지랄 맞기는." 가끔은 "지랄 맞아라." 아니면 "지랄하네."

꼭 그의 할머니처럼 우리 어머니가 자주 말씀하시기에 페리의 할머니가 너무나 정겹고 가깝게 느껴진다. 이런 그의 시각은 페리를 포함한 우리 주위의 "느린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하고 그들이 어떻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페리는 자신이 IQ 76이기 때문에(75이하가 정신지체로 판정된다고 한다.) 자신은 정신지체자가 아니라고 한다. 자신은 조금 느릴 뿐이라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느린 것은 장애가 아니다.

"내가 느린 게 기쁠 때도 있다. 나는 세상을 본다. 나는 세상을 듣는다. 그리고 느리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할 때도 있다."

라는 페리의 말처럼 그는 느리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 듣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들어서 우리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심없이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하고 그렇기에 그는 그를 이용하려고만 하는 가족들보다 더 많은 용기와 진실한 감정과 배려까지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그는 그들보다 더욱 행복하다. 그래서 그는 행운아다. 그의 가운데 이름 L처럼.

<페리 이야기>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 작가 퍼트리샤 우드는 하와이대학교에서 장애 및 다양성 교육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가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전 시동생이 정신지체아였고, 그녀의 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여러 경험들을 한데 모아 여러 인물들을 창조해냈고, 정신지체아의 시각으로 서술하므로써 더없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페리의 순수함과 정직함으로 가끔은 웃음과 감동을 주며 그의 가족들 때문에 화가 나고 절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되어도 그에 대한 태도가 변하지 않는 친구들과의 우정 덕분에 아직 지구는 우리가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차근차근 생각을 쌓아가는 페리는 우리들보다 더 똑똑하고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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