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패션 제국 -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레나타 몰로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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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게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매우 익숙한 인물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도나 카란이나, 비비안 웨스트우드, 코코 샤넬, 이브 생 로랑, 피에르 가르댕 등등 세계 명품을 이끌어가는 디자이너들 이름을 난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듣고 자랐다. 우리 집이 부자여서 항상 명품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니다. 섬유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딸을 디자이너로 만들기 위해 세뇌시키시던 이름들이었다. 내게 재능이 없음을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깨달았기 때문에, 그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그때부터 그 이후에도 나에겐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여성성이 매우 강한 나로선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의 여성복에선 너무나 직선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이미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은 좋아하지만, 너무나 군더더기가 없어 허전하기까지하고, 여성복인지 남성복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것이 싫다. 다만, 그의 그런 성향 덕분에 남성복은 좋다. 그야말로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전해진다.

이 <아르마니 패션제국>을 읽으며, 내가 몰랐던 많은 부분의 "그"를 만났다. 그가 그런 디자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랄까.. 정당성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언제 어떻게 그런 감각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타고난 천재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디자인을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그 시절(1950년대) 이탈리아의 모든 남성들이 되어야만 하는 걸로 여겨졌던 의학의 길로 들어섰던 그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학업을 중단하고나서야 드디어 디자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타고난 천재"임에도 갑자기 빛나는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라 음지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이후 그의 성장에는 그를 지지하고 추앙해주는 여러 인물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물론 그 자신의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그의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그의 반쪽으로 생각되던 세르지오 갈레오티의 죽음 이후 보여준 그의 능력은 정말 신의 경지에 이른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디자인만 하고 경영은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디자이너들도 예술가에 가깝기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고, 현실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아직까지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그의 손을 거쳐 간다고 한다. 전 세계에 수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고, 의류부터 악세사리, 가구 등 모든 분야의 스타일리스트로 자처하는 아르마니 제국이 굴러가려면 분명 수많은 일들이 있을텐데, 70이 넘은 그가 하나부터 열까지 지시한다니...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여기서 그가 두 개의 영혼을 가졌다고 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의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영혼과, 경영인으로서의 철두철미하고 현실적인 그.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의 말이 있다.

"나는 일종의 이중 인격체로 살아갑니다. 나는 디자이너였다가 금방 다른 역할, 상업적인 관점에서 컬렉션을 이끄는 기업가의 역할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반론을 폅니다. 무슨 의미냐 하면, 스타일리스트로서 전날까지 마음에 들었던 것이 다음 날 손에 자료를 들고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나니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그이기에 그의 제국은 몇십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이 가장 잎고 싶어하는 "명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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