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밥상 -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
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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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밥상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밥상에 윤리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난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것들을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예전부터 먹어왔던 것들이고, 지금도 먹는 것들이며, 앞으로도 먹을 것이기에 별 생각없이 살아온 것이다. 다만, 아이를 낳고 보니 "아토피"가 없는 아이들이 없으므로 우리 아이와 가족을 위해 유기농 채소와 쌀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생각하고, 알아보면 우리가 먹는 우리의 밥상은 전혀 윤리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로 우리가 먹는 육고기들이 길러지는 방식과 도살되는 방식에서부터 환경문제와 노동자들의 적절한 인권과 임금이라는 여러가지 것들을 설명한다.

우선 난 소, 돼지, 오리, 닭이 길러지는 방식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알고 있었던 것일텐데도 여태까지 모른체하고 살아왔던 내 양심에도 충격이다. 우리가 먹으려고 기르는 가축(소, 돼지, 오리, 닭)들은 공장식 농업으로 생산된다. 공장식 농업이란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기른다는 뜻이다. 우리에 가둬 놓으면 많은 문제점들이 생기는데, 닭들은 스트레스에 서로를 쪼아대고 푸드덕거릴 공간이 없어 여러 질병이 생긴다. 서로 쪼아대어 다른 닭이 죽는 것을 우려하여 농장주는 닭과 오리의 부리를 잘라낸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와 여러 질병(관절염이나 우울증)에 걸린 고기들을 먹어왔던 것이다. 돼지는 어떨까? 돼지는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에 갇혀 눕지도 못하고 쉬지도 못한다. 젖소는 우유를 계속해서 생산하기 위해 6개월마다 임신하는 고초를 겪어야 하며 송아지는 1~2주만에 엄마와 떨어져 폐기처분된다. 왜? 쓸모가 없으니까.

정말 끔찍하다. 요즘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류독감과 광우병 파동이 바로 이 기업형 공장식 농업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럼 고기를 먹지 말아야하나? 저자가 가장 좋다고 말하는 식단은 "베건"이다. 동물성 성분을 완전히 거부하는 채식주의 식단. 그리고 지역 협동조합 매점에서 구입한 오직 유기농 채소류로만 이루어진 식단. 이런 식단으로 먹는다면 완전하게 윤리적인 식단이 되는 것이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 부족한 비타민 B12와 비타민 D는 영양제로 섭취하면 된단다.

그러나 아무리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를 책 300 페이지가 넘도록 읽었어도... 그건 못할 것 같다. 우선 나 자신도 고기를 좋아할 뿐더러 야채만으로 이루어진 식사로는 영양 불균형이 일어날 것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니라고 여러 증거를 제시했지만서도. 다만, 저자가 알려준 수많은 정보들 덕분에 앞으로는 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심이 많이 갈 것 같다. 달걀 하나를 고르더라도 항생제를 맞은 닭인지, 아닌지. 혹은 우리에 갇혀있던 닭이 낳은 달걀인지 목초지에서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는 닭이 낳은 달걀인지를 살필 것이다. 그러다보면 저자가 말하는 "양심적인 잡식주의자"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의 밥상>을 읽다 보면 훌륭한 기업과  카페, 프렌차이즈 음식점, 대형마트 등을 만날 수 있다. 유럽에 비해 동물의 윤리적인 면이나 노동자를 대하는 수준이 한참이나 떨어지는 미국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맥도날드가 그러한데, 맥도날드사에서는 전문인의 충고를 받으며 여러 문제점을 시정해 나아가고 있다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엔 그러한 기업이 몇 군데나 있을지... 아니면 기업들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부추기는 사회단체나 트인 선구자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결론적으로 "베건"에 도착한다. 지금으로선 윤리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베건이라고.. 하지만 그런 결론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저자도 말했듯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선을 가지고 한사람 한사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조금씩 여러 생물이 살기 좋은 지구가 되지 않을까? 많은 문제점과 정보를 안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 책이다. 앞으로는 식재료 하나도 허투루 고를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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