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전철보다 버스를 더 좋아한다. 다른 가족들은 시간이 더 정확한, 절대 밀리지 않고 제 시간에 딱딱 데려다주는 지하철을 더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다소 밀리더라도(그만큼 더 일찍 출발하면 되니까) 바깥을 구경하면서 가는 이동수단이 훨씬 좋다. 어쩌면 나 말고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유난히 자주, 더 잘 보이는 어떤 건물이나 가게가 있다면 매일 같은 길을 지나며 나름의 상상을 부풀리며 관찰할지도 모른다.

여기, 그런 여자가 한 명 있다. 아침과 저녁,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집들을 바라보는 여자. 그 중 어느 한 집, 한 부부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그들 부부의 완벽한 모습을 보며 자신과 비교한다. 아니, 자신의 우울하고 불행함을 모두 그들 부부가 대신 채워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매일 그들을 바라보다 보니 상상은 자꾸 부풀려지고 그러다 그들 부부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마음껏 생각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그들 부부의 어떤 균열을 목격하게 되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그들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 관찰녀, 레이첼은 그러니까 불행한 여자다. 왜 불행한지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 어쨌든 그런 그녀가 다른 사람을 관찰하며 대리만족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무너진 그녀의 삶 속에서 레이첼은 어느새 알코올중독자가 되어버렸고, 그런 그녀의 신원이 일을 점점 미궁 속으로 밀어넣는다.

다른 사람을 너무 깊이 관찰하는 관음증이나 경찰을 통하지 않고 직접 나서는 오지랖,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보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탓하는 레이첼 때문에 읽는 내내 얼마나 고구마였는지 모른다. 제발 술 좀 끊으라고! 라는 외침이 수도 없이 계속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불행의 늪에서 이미 중독자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어쩌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나 깊이 빠져 읽다 보니 고구마가 되었을 수도.

소설은 기차가 폭주하듯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범인이 아님을 알게되는 순간! 으악! 하고 소름이 돋는다. 하하...언제나 누구든 의심하라. 드라마 볼 때는 잘만 유추하는데도 스릴러, 미스테리 소설 읽을 때는 잘 안 된다. 결국 이번에도 틀림..ㅋㅋㅋ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쉽게 조종할 수 있는가. 어쩌면 누군가를 더욱 사랑할수록, 더욱 신뢰할수록 더 쉽게 조종당할지도 모른다. <걸 온 더 트레인>은 평화로운 아침과 저녁 기차 속 풍경과 그 일상 속에서 얼마나 큰 이질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