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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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기만의 방>을 읽었던 것이 5년 전이다. 뭔가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온전히 책을 이해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저 표면 상의 내용들과 버지니아 울프 책을 드디어 읽었다, 라는 만족감 정도이지 않았을까. 그사이 나는 오십이라는 나이를 넘어섰고 한정된 환경이지만 두 번째 사춘기(게다가 딸)를 키우고 있고, 엄마도 돌아가셨고, 지금은 나름 인생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성장했을까? 이번에 읽은 <자기만의 방>은 조금 달랐다.

놀랍게도, 지난 번 읽었을 때는 그저 에세이라고만 생각했지 여학생들을 앞에 둔 강연 내용을 토대로 엮은 책인 줄 몰랐다(분명 책에 나와 있음에도 그저 설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강연이기 때문에 주제가 있고, 이 강연의 주제는 <여성과 픽션>이다. 그렇게 놓고 보니 <자기만의 방>은 더없이 논리적인 글이다.

1장은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었어야 한다"(...10p)는 견해를 내놓고 왜 그런지 자신(혹은 다른 어떤 여성 누군가)을 따라 일상 속에서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다른지, 불평등하게 대해지는지를 직접 상상하며 경험하게 한다. 2장에선 대부분의 책이 남성들에 의해 씌여졌고 그 속에 담긴 여성들 또한 남성이 바라보는 여성들임을 언급하며 인간이 존엄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돈(500파운드)이 있어야 다양하고 넓은 시선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3장부터는 엘리자베스 시대부터의 픽션 속 여성들의 삶(남성 작가들이 쓴)과 조금씩 등장하는 여성 작가들을 비교하며 그들의 환경과 그럼으로써 쓸 수 있었던 작품들을 하나씩 비교한다. 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등장하는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를 통해 가부장제 속에서 자신들만의 가치관을 고수한 천재성과 성실성을 칭찬하며 그렇지 못한 작가들에겐 여전히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의 돈이 필요했음을 증명한다.

6장에 이르러 결론으로 향하는데 사실 이 마지막 장이 정말로 울프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를 패미니즘과 패미니스트로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로 여기지만 6장을 잘 읽다 보면 여성으로서의 역할과 권리보다는 "작가"로서 성에 대해 인식하고 글을 쓰는 건 치명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여성으로서의 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자리에서 무지하지 말며 스스로 나서 자신에게 필요한 돈을 벌어 지식을 쌓은 후에야 작가, 소설을 쓸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멈춰있지 말라는 거다.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리고 이 여성이 얼마나 똑똑하고 아름다운 여성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의 성 역할 때문에 여성들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주부로 주저앉아 있고 싶어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어머니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독립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 삶은 없다. 픽션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나를 위한 독립은 필수불가결이다. 울프는 용기를 내라고, 움직이라고 말한다.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꼭 한 번 이상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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