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에 합격하고 신나게 노는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무진장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접했던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상실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그 다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를 찾아 읽어나갔다. 한창 일본어를 배우던 때인데, 중급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원서까지 구입해서 번역도 했던 것 같다. 분명히 그때 <상실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이제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 그 소설은 20대 만의 감성이 잔뜩 실린 소설이라 지금 읽으면 그때의 감성이 반감될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

그래서 선택한 것이 <빵가게 재습격>.단편 모음집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이라 손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권으로 일 주일 내내 읽는 내가 이틀 만에 클리어! 더하여 오랜만에 그때의 감성에 다시 젖어들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른 작가들이 구사하지 못하는 아주 묘한 세계관을 지닌 작가다. 환상문학이라고 하기엔 뭔가 진짜 환상 속에서 머무는 것도 아니고, 현실 세계에 튼튼히 바탕을 둔다. 그렇지만 그의 소설 속 환상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니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조금씩 불안하고 애매하고 이상하다. 남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 할 상황 속에서 혼자만 헤매다니는 것 같다.

​

"코끼리 사건 이후 내 안에서 뭔가의 균형이 무너져버려, 그 때문에 외부의 여러 사물이 내 눈에 기묘하게 비치는지도 모른다. "...68p

​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토는 모두 저 문장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내가 밖으로 꺼내지 않고 꽁꽁 숨겨놓은 나 자신일지도. 그래서 자꾸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게 되나 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