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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양장) ㅣ 신카이 마코토 하드커버 시리즈
신카이 마코토 지음, 김효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5월
평점 :
언젠가부터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어서 폭넓은 층을 확보하고 각 애니메이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 것 같았지만 대부분은 호평인데다 다들 한 번씩은 보고 싶다는 얘기들을 들은 터라 나도 한 번쯤은 보고 싶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초등생을 키우는 나로서는 영화관에 가서 나만을 위한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ㅠㅠ 그러다 캐이블 방송을 통해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 <너의 이름은>이다. 좋았다.
보통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경우, 애니메이션을 굳이 소설로 읽는 편은 아니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스로 "소설"을 쓰기를 원했고 그렇게 각 애니메이션마다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읽고 싶어졌다. 맨 먼저 접하게 된 애니메이션이 바로 <언어의 정원>
의외로 <언어의 정원>은 약 5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라 한다.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극장판으로 만든 경우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인데, 50분이 채 안 되는 분량이라니, 신기하다. 하지만 역시나 애니메이션으로는 다 풀지 못한 내용들이 있었는지 소설판에서는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한 유료 공원의 한 정자에서, 한 소년과 한 여성이 만난다. 각자의 삶에서 도망치듯 자리한 곳에서 만난 이들은 남학생의 비가 오는 날만 학교에서 벗어나기로 했다는 스스로의 다짐에 따라 비가 오는 날에만 만나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았던 이들의 만남은 왠지모르게 서로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며 각자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소설에선 이 둘의 이야기 외에 다른 화자로 타카오의 형이나 어머니, 유키오와 얽혔던 여학생의 이야기, 혹은 유키오의 전 남자친구 등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회자된다.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전체 이야기를 아우르며 다각적으로 다가가게 된다.
내가 그림이나 영화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읽어가며 나만의 방식으로 무한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 정자에 대한 묘사나 각 등장인물에 대한 외형 묘사가 있더라도 이들의 대사나 행동을 통해 나름대로 나마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며 읽다 보면 훨씬 다층적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 묘미를 <언어의 정원>을 통해 더욱 느끼게 된 것 같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어떻게 연출하면 좋을지를 글로 옮기다 보니, 읽는 이도 저절로 더 많이 상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상으로 표현하면 더 간단하고 더 쉬울 수 있었던 복선이나 암시같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남겠지만서도 읽는 이로서는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