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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평점 :
사노 요코라는 작가를 처음 안 건,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첫째를 키우며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그림책을 구입해 읽어주는데 아직은 어렸던 아이보다 읽어주는 내가 더 울컥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사노 요코라는 작가가 궁금해졌다. 시간이 훨씬 흘러 이분이 쓴 에세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책을 빌리거나 사서 읽기도 하고, 소설도 쓰셨다는 걸 알고 그 또한 구해 읽기도 했다. 에세이를 읽을 때는 그림책과 다르게 무척 시크하고 멋진 신여성 할머니의 느낌이 강하다. 나이에서 오는 당당함인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 <시즈코 상>을 읽고선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시즈코 상>은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어릴 적 학대라고 할 만큼 매정하게 굴었던 엄마가 나이 들어 자신의 집에서 며느리에게 쫓겨나고 오갈 곳 없어 함께 살게 되면서 생각하게 된 이야기와, 이후 치매에 걸려 노인 홈(요양원같은 곳인가 보다)에서 지내는 엄마를 찾아가며 엄마와 또다른 관계를 맺게 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정말 가감없이 담아냈다.
에세이를 읽을 때부터 느꼈던 건데, 사노 요코는 정말 가식이 없다. 본문에서도 나오는데 사람은 상황에 따라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되기도 하건만 사노 요코는 그런 요령을 피울 줄도, 그럴 듯 하게 넘길 줄도 모른다. 그런 태도가 누군가에겐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위협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재수 없게 느껴질 수도.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던 엄마와는 그렇기에 끝도 없이 부딪치고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아빠의 성향을 닮아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쉽고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했던 사노 요코는 열여덟 살에 집을 나와 떨어져 살면서 그나마 엄마와의 관계가 편안해진다. 하지만 진정으로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한 건, 자신이 예순이 넘어 엄마가 치매에 걸리고나서부터다.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 자신을 잃어버린 엄마가 되어서야 다정하고 친절해지는가 하면 그제서야 엄마를 사랑하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 끝도 없이 서로를 찌를 것만 같던 둘의 이러한 마지막 여정 속 화해는 그렇기에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림을 준다.
한 편 한 편 연재된 이야기를 묶은 책이라 앞쪽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것도 있고 겹치는 생각들도 있지만 사노 요코는 워낙 자연스럽게 빨려들 듯 글을 쓰는 작가이기 때문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특히 사노 요코처럼 엄마가 아프고 나서야 화해한 관계라면 더더욱!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