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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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베르메르의 "진구 귀고리 소녀"를 바탕으로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를 쓴 바 있다. 책을 읽어도,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보아도 마치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을 것만 같았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 역시 그랬다. 진짜 이들의 삶처럼 느껴져 훨씬 더 공감되고 마음 아팠다.


<화석을 사냥하는 여자들>은 화석 수집가 메리 애닝의 삶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따라서 책 속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을 실존했던 인물들이며 영국의 도싯주 라임 리지스 쥐라기 절벽(대부분의 과학자들)이나 그 동네를 방문한 사람들(제인 오스틴)도 작가의 탄탄한 조사 덕분에 이 이야기가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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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번개 맞은 아이의 독백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아이는 리지스 절벽에서 살아 온 메리 애닝이며 이 짧은 한 장의 독백 이후 엘리자베스 필폿이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런던에 살던 중상류층의 이 여인이 자매들과 어떻게 시골의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문화와 사교가 가득한 런던 대신에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떻게 화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화석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게도 그 번개 맞은 아이, 메리 애닝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은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평생의 친구가 된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각각의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를 독자는 마치 추리를 맞추듯 따라간다. 두 사람의 신분 차이 때문에, 또한 인류 과학사에 크게 남을 메리의 업적과 당시의 차별 때문에 겪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교육을 받을 수도 자신의 업적을 남길 수도 없는 가난하고 미천한 신분의 여성이 어떻게 새로운 종을 찾아내고 결국엔 자신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감동이 밀려온다.


소설은 메리 애닝의 전 생애를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것저것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쥐라기 시대 어룡의 화석을 찾아낸 메리 애닝만큼 엘리자베스 필폿의 이야기는 많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서 이 두 여성이 평생을 친구로 지내며 신분을 뛰어넘는 교류를 한 사실은 여전히 놀랍다.





책 표지 안쪽엔 메리 애닝이 평생동안 찾아 낸 화석이 설명과 함께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아직 종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학계의 이야기와 전혀 낯설기만 하던 화석의 이야기들이 숨도 못 쉬고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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