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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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괴테의 <파우스트>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작품들. 그런가 하면 그림자라는 소재 자체로 연관된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는 그림책도 있다. 홀로 남은 그림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인의 이야기인데 막상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어 보니 이 작품들 모두 연관성이 있어 모두를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다.

그렇다고 쉬운 작품은 아니다. 130여 페이지의 짧은 작품으로 이야기 전개도 빠르지만 첫 시작 서문의 중의성에서부터 그림자를 판 슐레밀의 선택과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한 의미, 부자인 슐레밀보다 그림자 없는 슐레밀을 경멸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그냥 후루룩 읽어낼 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서문부터 살펴보자면, 처음 책이 시작되면 푸케가 에두아르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슐레밀이 쓴 작품을 샤미소에게서 받았으며 이 작품을 꼭 출간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이어 샤미소가 직접 에두아르트에게 편지를 보내 슐레밀의 인생 이야기를 칭찬하며 이 재능을 썩힐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샤미소의 작품이고 주인공이 슐레밀이므로 이 편지부터 소설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장치가 얼마나 재미를 주는지~!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 슐레밀은 자신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를 구하러 욘 씨를 찾아갔다가 기이한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낌새가 좋지 않아 그 무리를 벗어나려는 와중에 쫓아온 남자에게 끝도 없이 나오는 금화자루(경제적 자립을 뜻한다)를 줄 테니 그림자를 팔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그림자를 팔아버린다. 하지만 슐레밀은 곧 후회한다. 그림자가 없는 것을 사람들이 경멸하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슐레밀과 관계를 맺지만 책 속에선 한결같은 옳은 가치를 믿고 슐레밀을 지지해 주는 벤델과 같은 사람이나 처음엔 다른 이들처럼 사랑하면서도 슐레밀과의 이별을 택하지만 이후 슐레밀을 떠올리며 선행을 베풀며 사는 미나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후의 이야기에서 백미는 다시 나타난 회색 옷 입은 남자에게서 또다른 제안을 받은 슐레밀의 선택이다.

자칫 너무 권선징악의 구성을 띠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 슐레밀을 독자들은 어느새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작가인 샤미소의 주변 인물들 이름과 같다고 한다. 앞서 보낸 편지에서부터 중의적으로 재미를 선사한 샤미소는 책 구석구석 이런 요소들을 숨겨놓아 마치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전체 이야기만 보면 아이들을 위한 전래동화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다양한 의견이 덧붙여지도록 한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묘미가 된다. 때문에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석도 꼼꼼하게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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