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봄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4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시기가 있다. 이미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했던 애거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과는 전혀 다른 작품 6 작품을 쓴 것이다. 그리고 여기엔 이유가 있다.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실종 사건을 일으킨 애거사 크리스티는 이후 한 호텔에서 발견됐지만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에 대한 어떤 언급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 이후 작가가 자서전을 쓸 때에도 이때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메리 뭬스트매콧"을 필명으로 한 6권의 책은, 바로 이때에 자신의 심경과 변화를 소설화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한다.

이전에 <봄에 나는 없었다>를 읽었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충격적이고 공감되는, 오래 기억할 작품이었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와 알게 되었지만 이후 언제나 나머지 5권이 궁금했다.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 바로 <두번째 봄>!

<봄에 나는 없었다>는 우연히 사색의 시간을 얻게 된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면, <두번째 봄>은 훨씬 더 애거사 크리스티 자신의 삶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죽음" 앞에 놓인 한 여성을 구해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후 그녀의 삶을 어린 시절부터 훑어나간다. 마냥 천진난만하고 충만한 사랑을 받았던 어린 시절과 그녀의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며 뭇 남성들에게 청혼을 받는 처녀 시절, 사랑을 통해 이루어 낸 결혼과 그 이후의 이야기들.

여성이라면 어떻게 공감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소설은 한 여성의 삶을 그저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나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고민과 삶을 사는 그녀를 통해 공감하고 이해하고 답답하고 화도 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나라고 얼마나 다를까. 물론 성격도 다르고 자라 온 성장 환경도 다르고 지금의 상황도 다르지만 50대를 막 시작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은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작가의 절망감과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여성 소설로서도 아주 뛰어났을 애거사 크리스티가 6권만 남긴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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