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인생
저우다신 지음, 홍민경 옮김 / 책과이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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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얼른 나이를 먹고 싶다. 그 후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살다가 갑자기 깨닫는다. 세월이 훌쩍 지나가 나이를 먹고 싶었던 그 나이보다 훨씬 많이 늙어버린 자신을. 어느샌가 관절이 아프고 눈이 침침하고 걷는 게 부자연스럽고 소화도 안된다고. 누군가는 편안하게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절대 이럴 수 없다면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도대체 "늙음"이 무엇이길래.


<우아한 인생>은 중국 작가 저우다신의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중국 작가의 소설들은 언제나 참신하고 놀라웠다. 어쩌면 잘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같은 문화권 안에 무척이나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우아한 인생> 또한 첫 장부터 무척 신기했다.


책은 "장수 공원 황혼 녘 주간 행사 일정"이라는 부제 아래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정을 소개하며 그 내용이 뜬금없이 서술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각 날짜마다 페이지수가 많지 않다. 게다가 실버타운 소개나 장수환이라는 약 소개, 회춘 체험이나 장수를 위한 강연 등으로 구성된다. 죽 읽어가며 이 현대에 얼마나 다양하게 장수를 위한 분야가 활성화되었고 상업에 이용되고 있는지를 보고 감탄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산업에 현혹되는 어르신들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현대의 장수 산업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금요일 일정인 노인 간병 경험담으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고 이 이야기가 소설의 중점이며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샤오양이라는 여성은 지방에서 간호대를 졸업하고 베이징으로 올라와 간호사로 일하며 집안과 남자친구의 생활을 돕는다. 하지만 더 많은 월급을 위해 한 집안의 간병사로 취직한다. 꼬장꼬장하고 자신의 늙음을 인정하지 않는 샤오 할아버지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높은 임금과 자신의 직업관으로 조금씩 적응해 나아간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샤오양은 샤오 할아버지를 돌보며 인간이 노화 앞에 어떻게 무너지며 어떤 식의 과정을 거치는지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곧 독자의 시선이기도 하다.


작가는 무척이나 냉정하다. 노화의 과정에 일어나는 하나하나를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가감없이 나열한다. 읽다 보면 샤오 할아버지의 진행 상황에 독자가 당황하고 불쌍하게 여겨질 정도이다. 그런가 하면 그런 과정을 겪어가는 샤오 할어버지의 반응을 통해 또한 반대 심정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 이렇게까지 젊음에 집착할 수 있을까 하며. 하지만 내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그러니 이 책은 늙음에 대한 처절한 고찰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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