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고 막~ 읽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호랑이 가죽 양탄자>가 그랬는데, 하얀색 바탕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호랑이가 누가 봐도 양탄자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ㅎㅎ, 물을 뚝뚝 흘리는 호랑이는 아마도 가죽 양탄자가 아닐 것이다. 그럼 도대체 이 호랑이는 왜 이러고 있지? 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뒷표지를 읽어 내용을 대강 살펴보고 책장을 넘겨 어떤 책이지~ 하고 정보를 모은 다음에 책을 정하는 건 부모인 어른의 선택이다. 아이들은 표지만 딱 보고 읽고 싶은지, 안 읽고 싶은지 안다. 그러니 표지에서 벌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좋은 책이다.
첫 장은 아주 평범하게 시작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하고. 그저 푸릇한 정글 속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거다. 하지만 이 호랑이는 정글 속 다른 동물들을 호령하는 기운차고 젊은 호랑이가 아니다. "비쩍 마르고 너무 늙어 이제 사냥도 힘에 부친 호랑이"다. 그러니 원숭이들조차 딱딱한 열매를 던지며 놀릴 수밖에. 그래서 호랑이는 생각한다. 저 멀리 보이는 왕의 궁전에서 왕의 가족들처럼 살고 싶다고. 호랑이는 자신의 바람대로 그렇게 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