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빌려드립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하늘연못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면 덮어놓고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읽고나면 좋아하게 된다. 마르케스의 작품 중 가장 알려진 <백년 동안의 고독>은 아직 읽지도 못했고 <예고된 죽음의 이야기> 딱 한 편 읽었을 뿐이고 지금은 지나간 세월에 내용은 잘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저 작가와 제목을 기억하고 무척 좋았던 기분만 기억할 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이 책으로 이끈 계기가 된다. 보통 소설가의 장편이 좋으면 단편이나 수필도 찾아 읽는 편이다. 장편에 능한 작가도, 단편이 더 좋은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짧은 단편을 통해 작가의 주제의식을 더 잘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을 빌려드립니다>는 그런 나의 바람을 딱! 맞춘 듯한 책이다. 앞편 제 1부는 중단편 소설들로, 제 2부는 마르케스의 산문들로, 제 3부는 작가 탐구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이 굳이 이 책, 저 책 찾아 읽지 않고 단 한 권만으로 작가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편집이 무척 마음에 든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라고 하면 보통 "마술적 사실주의, 무한한 상상력의 보고"라는 말들이 쫓아다닌다는데 작품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첫 단편 "눈 속에 흘린 피의 흔적"부터 강렬하다. 이제 막 신혼의 단꿈을 꾸며 신혼여행을 떠난 젊은 부부의 여정 속에 신부의 아주 단순한 상처 하나가 계속해서 눈에 밟힌다. 그리고 이 작은 상처는 급기야 점점 큰 출혈을 일으키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어째서 이 작은 상처가 이렇게 큰 결과를 낳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같은 건 없다. 그너 그 일 앞에 있었던 이들의 불과 같은 사랑과 작은 상처였을 때 간과하며 빠져있었던 여정과 자동차에 대해, 입원한 후에도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리저리 파리를 배회하던 신랑의 일을 무심히 묘사할 뿐이다. "난 전화를 걸려고 온 것뿐이에요."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저 전화를 걸려고 갔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하게 된 마리아와 자신을 떠났다고 굳게 믿은 남편의 이야기를 그저 담담히 이야기하며 부조리한 이 세상과 개개인의 허황된 생각을 쫓아간다.


수필에선 장난기 가득한 작가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그의 상상력의 원천은 아닐까. 상상이 가득한 이야기들이지만 마르케스의 작품들은 대부분 우울한 편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바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기도 하기에 어찌 보면 판타지적인 요소가 조금 가미된 이 마르케스의 이야기들에 자꾸만 손이 가는 것은 아닐까 한다. 오랫동안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을 생각만 하고 말았는데 내년엔 꼭 이 계획을 실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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