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이 작품의 영화를 단편적으로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였던 것 같은데, 그곳에선 이 작품의 내용 중 가장 앞부분, 그러니까 무척이나 파격적이고 너무나 자극적인 내용에 집중해 있었고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 앞부분의 내용이 다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그 앞부분의 설정 자체가 너무나 싫은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역시나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고 앞부분 두 주인공의 설정보다 뒷부분의 내용은 훨씬 더 깊고 넓다. 마지막 장을 끝내고 다 읽었음을 표시하려고 하다가... 하하... 알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이미 2010년에 읽었음을! 나는 바보인가~ㅋㅋㅋ 어떻게 읽었던 책을 잊어버리고 안 읽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읽으면서도 마치 처음 읽는 듯 어쩜 그렇게 하나도 생각이 안 났는지, 정말 충격이다. 당시 썼던 서평을 보니 그때는 이 책이 내겐 여러모로 어려웠나 보다.


읽어보겠다고 시작은 했으나 15살과 36살의 사랑도 아닌 육체적 관계는 아무리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이후 2부와 3부에서 밝혀지는 한나의 비밀이라든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2세대들의 고민 같은 것들을 모두 아우르기엔 당시의 나는 배경지식도,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부족했던 것 같다.


1부에선 "꼬마"라고 불렸던 미하엘의 첫사랑의 이야기다. 미성년과의 육체 관계에 집중하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미하엘이 느끼는 감정, 푹 빠져버린 사랑이라는 감정과 일상과의 괴리 사이의 고민 등에 집중하면서 읽는다. 한나와의 관계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로 옮겨가면서 느끼는 "배반의 감정"은 이후 미하엘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2부에선 시간이 흐른 뒤 법정에서 만난 한나와의 두 번째 만남이다. 어째서 아무 말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건지가 밝혀지고 1부에선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던 한나의 과거가 나온다. 동시에 2차 세계 대전 전범들의 재판을 통해 2세대들의 시선을 생각해 볼 수 있다.


3부는 미하엘의 삶이 진행되다 다시 한나에게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나온다. 1부의 어릴 적 책을 읽어주던 추억과 2부에서 알게 된 한나의 상태로 3부에선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책을 읽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뒤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미하엘은 그 이상, 편지를 보낸다거나 면회를 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둠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짓는다. 그 이후 한나의 선택은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프게 느껴진다.


이번엔 제대로 이해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라기보다는 2차 세계 대전 중, 후를 겪은 독일 기성 세대와 2세대들의 이야기로 읽혔다. 때문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생각났다. 그저 하달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무사유 또한 악이라는 것 말이다. 한나는 분명 잘못했다. 그 무엇보다 자신의 수치심을 우선순위에 둠으로써. 하지만 사람마다 끝까지 지키고 싶은 것들은 모두 다르기에 가슴이 찌르르 울리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이번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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