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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그녀들 ㅣ 일본문학 컬렉션 2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평점 :
앞서 읽었던 <세설>은 남성 작가가 쓴, 오사카 여성을 중심으로 한 네 자매의 이야기였다. 남성 작가가 어떻게 이런 미묘한 자매들의 심리를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던 것 같다. 해설을 통해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두 번째 부인 자매들 이야기가 모태가 되었다고 읽고 나서야 가까운 데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이렇게 여성들도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었겠구나 싶었다.
반면 <발칙한 그녀들>은 일본의 근대화 시절을 살았던 여성 작가들의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다. 때문에 관찰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그녀들 자신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주제 자체가 다르다. <세설>에서는 그당시 일본의 풍습이나 문화 등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면, <발칙한 그녀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여성의 삶 자체를 다루고 있다. 그 시대의 여성들 모습이 아닌 지금 읽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오히려 그 이른 시기에 그녀들의 생각이 도발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우리, 여성들의 삶을 담고 있다.
그동안 근대 작가들의 여러 단편을 읽으며 익숙해진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삶을 모아놓으니 그 주제가 분명해진다. 때론 갈팡질팡하는 순간의 갈등을(배반의 보랏빛 - 히구치 이치요, 산책 - 미즈노 센코), 때론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깨진 반지 - 시미즈 시킹) 가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다무라 도시코의 "그녀의 생활"은 결혼이 어떻게 여성의 꿈을 가두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적응해가는지, 그 사이에 자신과 가족 사이에서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결론은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 전까지의 갈등과 그녀의 생각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겪는 고통일 것이다.
세 명의 번역자가 뜻을 모아 기획했다는 "일본 문학 컬렉션"은 다양한 일본문학을 소개하고자 하는 그들의 뜻 그대로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던, 시대가 변해도 그 가치가 녹슬지 않는 작품들만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권에 이어 2권도 아주 뜻깊게 읽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은 또 어떤 작품들을 모아 엮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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