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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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서야 표지를 제대로 봤다. 내 눈엔 그림이라는 것 자체가 잘 안 들어오는지라 누가 알려줘서, 혹은 어쩌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김영하북클럽 에서 어느 분이 표지에 휠체어를 나중에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서평을 쓰는 이제서야, 여러 의자 가운데 휠체어를 발견했다. 정말 의미있는 표지였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우리가 등교하면 같은 반 친구 엄마가 그 친구의 동생과 함께 우리집에 놀러오곤 했다. 대부분은 내가 하교하기 전 집으로 돌아갔지만 때론 하교할 때까지 있을 때도 있어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친구와 꽤나 친했음에도 그 시간에 그 친구와 함께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걸 내가 의아해하지 않았던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도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에게 자기 동생의 존재를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던지. 반면 우리 엄마는 그 동생이 엄마의 아끼는 잡지를 찢고 먹고 구겨도 전혀 화를 내거나 하지 않으셔서 나도, 그 동생에게 이해심 있는 태도로 대했던 것 같다.


어릴 적 경험이, 혹은 주위에 함께 할 수 있는 장애인이 있는지에 따라 그들을 대하는 생각이나 태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피하거나 무서워 할 대상이 아니라고 깨달을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 한복판이라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대부분은 길거리에서 어쩌다 마주친 분들이 아니면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없다. 아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무서워서 싫다, 배려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막상 접하면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는 대답에 가끔 좌절하게 된다. 아무리 내 경험을 얘기해줘 봤자 아이들에겐 그저 아주 먼 딴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 당연한 사실들을 이렇게 책으로 써서 내야하는 상황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렇게 훌륭하게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작가에게 경외심을 갖기도 하였다. 책 속에는 여러가지 문제제기가 나오는데 난 절대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사실에 또한 마음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모든 국민이 이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모든 소수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시작해서 끝을 맺는 데 무려 3주나 걸렸다. 책이 어려워서는 아니다. 방학이라 아이가 집에 있었고 방학 즈음해서 아이의 자가격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을 쪼개서 낼 수밖에 없었는데,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수가 없는 책이다. 한 문장 한 문장 깨달음이 있었고 많은 생각을 했지만 쪼개지다 보니 생각 정리가 되지 않았다. 좀더 후에 차분히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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