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마리 오베르 지음, 권상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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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에는 서른 살만 되면 진짜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게 정해지고 편안해지는 나이. 그런데 마흔이 되고 쉰에 가까워져도 가끔은 내 마음속에 정말 너무나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감정들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럼, 아직도 덜 자랐구나... 어떻게 하면 좀더 어른스러워질 수 있나..하는 고민을 한다. 좀더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기를, 하며.


마리 오베르의 <어른들>은 읽기 불편하다. 고작 200여 페이지의 이 작은 소설이 계속해서 마음을 긁으며 "너도 그랬지?"라고 한다. 아니다. 한 번도 행동으로 옮겨보거나 말로 내뱉어본 적이 없다. 당연히 나는 그런 생각 한 적도 없다고 말하고 싶은데 잘 생각해 보면 그런 행동을 한 주인공의 마음속 밑바닥 생각은, 분명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러니 불편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싶지만 그것을 드러내느냐, 아니야의 차이일 뿐.


자매가 있다. 올레아와 마르테. 가정을 이룬 마르테네와 어머니와 그의 연인 스테인, 올레아는 여름마다 별장에 모여 함께 휴가를 보낸다. 올해 여름에도 이들은 함께 모였다. 하지만 무언가 보였다. 남편의 아이가 아닌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마르테는 임신에 성공했고 난자 냉동을 결정한 올레아는 건강한 난자가 없다는 소식을 듣는다. 오랫동안 자신의 모든 욕구를 참고 이혼 당한 엄마 곁에서 모범생 역할을 해 온 올레아는 이 휴가가 처음부터 불편하다.


처음부터 까칠했던 올레아가 얼마나 마르테에게 질투를 하고 말도 안되게 방해를 하는지를 읽고 있으면 정말 짜증이 날 정도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게 된 근원이 나오면 왠지 올레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아프다고, 나 좀 봐달라고 계속해서 떼를 써 온 마르테와 뭐든지 참아온 올레아는 그럼에도 자매이다. 그러나 이해하라는 둥 참으라는 등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내게 자매가 없었다고 해서 내게 그런 감정이 없이 자란 것 같지는 않다. 첫째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 존재했고 그런 것 따위 아무 상관없이 행동하는 남동생을 참아줄 수가 없어 마치 나랑 상관없는 사람인 양 지냈다. 그런 동생과 친해진 건, 그가 결혼을 하고 나서다. 자매 사이엔 훨씬 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할 것이다. <어른들>은 그 감정 그대로, 민낯 그대로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므로 가슴아프게 읽을 수밖에 없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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