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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교사
유디트 타슐러 지음, 홍순란 옮김, 임홍배 감수 / 창심소 / 2021년 12월
평점 :
사실, 추리소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다. 정통이라는 몇몇의 유럽 추리소설도 읽어봤지만 그야말로 "정통"으로서의 느낌이라면 일본 추리 소설은 그야말로 섬칫함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였는지~ 책 표지 띠지에 버젓이 "독일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라고 씌여있는데도 표지와 제목이 주는 느낌이 영~ 일본 추리 소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형식이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다. 처음, 프롤로그에서는 메일로 시작한다. 티롤 주 문화서비스국에서 국어 교사 마틸다 카민스키와 작가 크사버 잔트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독자는 티롤 주의 고등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한 워크샵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어 작가인 크사버 잔트가 마틸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정을 조율하는 모습, 곧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두 사람이 이 만남 훨씬 이전부터 알고있었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열렬한 연인의 모습으로 십수 년을 보낸 후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기억이 너무나 다름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이별의 상처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 이렇게 사건이 시작되나 보다...하고.
메일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던 소설은 또 한 번 변신한다. 보통의 소설처럼 두 사람의 예전 이야기를 그저 서술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또 한 번의 변신! 두 사람이 16년 만에 재회한 공간의 이야기는 마치 희곡처럼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된다. 독자는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형식을 따라, 16년 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이후 두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한 사람에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시공간을 넘어 추리해야 한다. 시간도, 공간도 어느 하나 일률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므로. 형식뿐 아니라 두 사람이 주고받는 상상의 이야기들은 두 사람 사이의 빈 시간과 공간을 채워주는 데 일조하게 되고 이 이야기가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느라 독자는 더욱 더 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따라가며 정말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마틸다가 크사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되면 이 소설은 결국, 그저 어마어마한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 전율이 얼마나 크던지!
마틸다는 사람마다 '모티브'가 있다고 했다. 그 모티브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나면 그 사람의 모든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때문에 이 모티브로 인해 단 한 번뿐인 인생에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모든 것까지 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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