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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메이카 하시모토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11월
평점 :
트레일, 원뜻은 흔적, 지나간 자국을 뜻한다는데 백패킹에서는 '걷는 길'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한다. 사실 처음 듣는 단어라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는 기찻길...정도로 생각했다. 유명한 트레일 중 미국의 백두대간이라고 불린다는 조지아주에서 메인주에 이르는 3360Km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이 바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된다.
트레일이라니... 운동이란 운동은 끔찍이도 싫어하고 특히 등산은 500미터만 올라가도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덜덜 떨리는 사람으로서 나는 꿈조차도 꾸지 못 할 계획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일상 속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휴가일 수도 있고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하는 용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토비는 지금 어마어마한 길이를 자랑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의 한 구간을 걷고 있다. 각 쉘터와 쉘터 사이의 길이도 20~40km가 되기 때문에 어두워지기 전 텐트를 치는 것에서부터 체온이 내려가지 않게 아주 사소한 몸의 변화에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 길을 가다 쓰러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배를 채우는 일까지 사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며 한 발 한 발을 내딛는다.
"진짜 도로로 간다는 건 곧 포기를 뜻한다. 고로 난 그럴 수 없다. 적어도 아직은 그럴 수 없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아직 뒤틀린, 미완성의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는 한 그럴 수 없다."...12p
아직 12살 정도에 트레일이 익숙하지도 않은 토비가 홀로 이 대장정에 오른 이유가 뭘까. 게다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내팽개쳐진 자신을 사랑으로 돌봐주신 할머니에게 쪽지 한 장 남겨두고 말이다. 토비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음 먹은 마운트 카타딘 정상까지 간 다음 마음의 짐을 내려놓겠다고 계속해서 다짐한다.
전체적으로 소설은 토비의 여정을 쫓아간다. 아마 작가도 이 여정을 수도 없이 다녀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트레일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그러니 읽는 독자 또한 함께 그 길을 힘겹게 오르고 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쓸린 어깨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도대체 토비가 이렇게 스스로를 닥달하면서 완등하려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 하면서.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덮어씌우면서 괴로워하던 토비는 친구 루카스의 죽음으로 자신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누군가에게 의지해서만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에서 스스로를 의지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것, 자신은 불행을 가져오는 아이가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언제든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트레일을 통해 배워간다. 거기엔 다양한 문제들이 쌓여있어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만 했던 도전과 용기가 있었고 더불어 그곳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과 자신이 돌봐주어야 할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손도끼>나 <나의 산에서>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게 했지만 "트레일"이라는 완전히 다른 배경 속에 토비의 아름다운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나 또한 커다란 산 하나를 넘은 느낌이다.
*이 작품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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