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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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뾰족뾰족 솟은 선인장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다육 식물을 키워본 적은 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대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주 주지 않아도 되니 신경을 덜 쓰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금방 잊힌다. 정신이 들어 들여다 보면 그땐 이미 바싹 말랐거나 홀쭉해진 모습이다. 그래서 흠뻑 주면 또 흐물흐물 물러서 썩어버린다. 차라리 매일처럼 신경쓰며 분무기 뿌리고 자주 물을 주는 관엽식물이 내겐 더 잘 맞았다.


수잔은 집은 물론이고 사무실 책상 위에도 선인장을 일렬로 진행해 놓고 키운다. 그녀가 유일하게 애정을 주며 돌보는 무언가이다. 너무 가까운 인간 관계는 꺼린다. 자신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위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계획하고 그대로 실행한다. 그러던 그녀의 삶에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일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 간밤에."...9p


나이도 많으시고 뇌졸증도 이미 두 번이나 겪었기에 전화를 받은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충격이다. 게다가 지금 수잔은 이제 막 자신의 임신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이때, 엄마가 남긴 유언장 내용에 대해 듣는다. 수잔은, 올바르고 균형있게, 공평한 판결을 위해 전투를 계획한다.


소설은 주인공 수잔 그린의 시점에서 서술되지만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수잔은 까칠한 인물이다. 까칠하다 못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그런 까칠함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가시"였으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보호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난공불락"... 어떤 일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게 만든 자신만의 세계였다. 그런 그녀의 세계가 임신으로, 엄마가 남긴 유언장으로 조금씩 균열되기 시작한다.


수잔의 입장에서 동생은 끔찍할 정도로 스스로 삶을 일구지 못하는 철부지일 뿐이고 자신은 항상 노력해오며 자주는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엄마를 찾아가고 전화를 드렸지만 유언장 내용의 결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나선 재판 준비 과정에서 수잔은 위층 케이트와 동생의 친구 롭, 심지어 회사 상사인 트루디와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계를 맺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3/2 지점까지 이 집안의 말도 안되는 남녀차별에 도대체 이해도 안되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어떻게 자신은 똑같이 사랑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수잔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뒤편에 준비된 폭탄까지 읽고나면 그 모든 과정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한 여성의 행복이 꼭 어떤 어떤 조건들이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어린 시절의 성장을 이해하고 다른 환경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 그녀의 노력 덕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수잔의 까칠함, 인간 관계 형성에 많은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니. 사람은 큰 사건들을 겪으며 하나씩 성장하는 것 같다. 나이따위 상관 없이. 그리고 그 성장은 자신을 좀더 행복하게 할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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