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녀사 딱지 시리즈 2
이희원 옮김 / 두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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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본 소설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겠다. 딱지본 소설은 20세기 초 발행되어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나 근대 소설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장에서 잊힌 작품군이라고 한다. 그런 딱지본 소설을 두두출판사에서 "딱지 시리즈"로 펴낸 것이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속에서 출판되어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나 근대 소설에 속하지 않는다고 지금껏 읽히지 못하고 묻힐 뻔한 것을 이렇게 번듯이 책으로 내어 읽을 수 있게 해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도대체 근대 소설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시대의 모습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음에 모든 작품은 소중하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비행녀사>는 앞부분 현대어로 번역한 "비행녀사" 전문과 딱지본 소설에 대한 설명과 "비행녀사" 작품 속 역사와 드러나지 않은 숨은 역사, 그밖에 아쉬운 점과 그당시 문화 등을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해설, 그리고 "비행녀사"의 원문이 담겨있다. 그러므로 "비행녀사" 내용 자체를 읽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을 때에는 마치 고전 소설을 대하듯 그 역사와 문화를 떠올리며 읽어야 하므로 그리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지는 않다.


장창진의 딸 춘자는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 바지런한 부모 밑에서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자란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자신들이 조금 힘들더라도 보통학교는 보내야겠다고 창진은 생각한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춘자 또한 공부 욕심을 내며 열심히 뒷바라지 하는 부모님 공으로 항상 우등하며 학교를 졸업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고등학교까지 입학한다. 때문에 가세가 기울고 춘자가 졸업하기만을 기다리던 차에 소작을 대던 마을 유지 리감찰이 춘자를 첩으로 들이기를 원한다는 소리에 시집보내기로 하지만 춘자는 그 소리를 듣고 부모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긴 뒤 학교로 떠나버린다. 춘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 자신만의 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을까.


길지 않은 소설이지만 이야기 진행이 굉장히 빠를 뿐만 아니라 조선에서 중국을 오가는 스케일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법이 남장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 시절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을 거라고 이해하고 나면 춘원이 된 춘자를 응원하게 된다. 게다가 스스로 무엇을 공부할지,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경력을 쌓고 죽을 뻔한 창록을 구해 금의환향하는 모습은 그당시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물론 고전소설의 결말이 언제나 권선징악이고 성리학을 내세웠던 것처럼 그 많은 도전과 용기, 모험을 뒤로 하고 마치 그 전처럼 돌아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하지만 역시나 그당시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해야 할 부분인가 싶기도 하다.


딱지 소설을 읽는 것은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다. 근대 소설이라고 하기보다는 살짝 고전 소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훨씬 더 자유로운 여성의 모습이 감탄스럽다. 무엇보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될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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