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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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영화로 봤다. 아름답다, 가슴이 아프다...등의 감상은 차치하고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황토색 배경의 강한 햇살과 드넓지만 황량한 듯한 대지와 그를 배경으로 정원에 마련한 식탁 주위를 둘러앉은 가족들과 손님들, 햇살을 막기 위한 천막이 부드럽게 휘날릴 정도의 바람, 자유로운 분위기... 이런 것들이다. 너무나 여유롭고 한가로운 이 늦은 아침에서 오후의 한때는, 아무나 누릴 수는 없는 그런 여유를 선물했다. 내 기억엔 이 장면이 황토색 빛깔이어서 아프리카쪽 어딘가(아마도 이집트)의 별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하게는 "이탈리아"로 되어 있다. 그런데 안드레 애치먼의 회고록 속 어린 시절은 이집트에서였다고 하니, 또 막상 읽어보니 이곳에서의 느낌이 그 영화 속 장면과 너무나 비슷하게 느껴져서 신기할 따름이다.


<아웃 오브 이집트>는 안드레 애치먼이 태어나 약 14년간 살았던 이집트에서의 생활과 그곳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가감없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회고록"이므로 자신의 일생보다는 어린 안드레 애치먼이 지켜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이 서술되고 우리는 이 한 가족의 서사를 통해 이집트에서의 유대인의 생활, 40년대부터 65년까지의 이집트에서 벌어진 일 등도 유추하며 한 가족과 한 나라의 역사를 지켜볼 수 있다.


이야기는 이 가족이 처음 이집트에 자리잡게 된 시작, 빌리 할아버지의 이야기로부터다. 1905년부터 가족이 똘똘 뭉쳐 어떻게든 살아가려 한다. 낯선 곳에서 이방인, 특히 유대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더욱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으며 서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상은 급변하고 그 와중에도 그들의 문화를 지키며 이 정착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내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들 가족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다들 허벅지를 바짝 붙이고 어머니와 아버지, 사촌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조용히 앉아 있노라니, 비록 싫은 사람투성이지만 그래도 다 같이 있으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함께 차를 마시는 왁자지껄한 소리도, 나를 보는 사람과 내가 볼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았다. "....245p


소설 뒤쪽의 묵직한 한 방은 이 어마어마한 가계도를 겨우 이해한 성실함을 충분히 보상해 준다. 어디를 가더라도 내 가족과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한 번도 여름이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기후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나도 언젠가 그런 나른한 여름 오후, 바닷가 앞에 앉아 산뜻한 바람을 맞으며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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