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계절 - 일본 유명 작가들의 계절감상기 작가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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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문고의 "작가 시리즈"의 첫 책, <작가의 마감>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말 그대로 재미있었다. 작가 중에는 다소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은 마감에 쫓겨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가감없이 담겨있어 유명 작가들도 우리와 별반 다름이 없음을,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처 시리즈일 거라고 생각도 못 한 상태에서 두 번째 책 <작가의 계절>이 출간되었다.


비록 일본 작가에 한한다는 한계점은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다자이 오사무나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의 흔치 않은 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작가들의 공통된 주제로 글을 묶어 작가들마다의 개성을 비교할 수 있으면서도 소소한 소재에 따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작가들이 느끼는 계절은 어떤 느낌일까. 보통 계절이라고 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일텐데, 이 책은 가을부터 시작한다. 아마도 출간된 이 시점이 가을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1부 가을편을 정말 공감하며 읽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너무 춥거나 너무 더운 여름과 겨울보다는 아무래도 생활하기 좋은 봄이나 가을이 좋다. 봄은 예쁜 꽃이 많이 피어서, 가을은 높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다소 쓸쓸한 고독감까지 왠지 나 스스로를 사랑하게 하는 계절이다.


"모밀잣밤나무 열매"에서 하시모토 다카코도 홀로 산책을 하고 있는데도 조금도 외롭지 않다고, 가을 풍경이 자신 안의 고요로 가득 차 충만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감"에서 하야시 후미코는 이사 온 옆집 사람들을 위해 감을 선물한 느낌을 마치 소설처럼 전달한다. 와카야마 보쿠스이는 "가을 소리"에서 하이쿠를 통해 가을의 쓸쓸함을 표현한다.


작가마다 표현법이 모두 다르다. 어떤 작가(도요시마 요시오"가을 기백")는 계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듯 묘사하는가 하면 시(무라야마 가즈코 "눈 오는 밤")로, 세시풍속(구보타 우쓰보 "동짓날")으로, 떠오르는 단상 그대로 하나하나 표현하기도(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봄날 밤은") 한다. 개인적으론 가을편 전체와 마사오카 시키의 "여름밤 소리"가 무척 좋았다. 지금의 계절과 딱 맞아떨어져서이기도 한 것 같다.


내게 계절은, 추억이다. 단순히 계절 이름을 얘기하면 지내왔던 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나이가 드니 그 누구보다 계절이 바뀌는 것에 민감해진다. 하늘이 높아지는 순간, 겨울이 미처 다 가지도 않았는데 마른 나뭇가지가 초록빛으로 물드는 순간처럼. "우와~"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것들을 작가들의 문장으로 읽으니 마치 내 계절이 되는 듯하다. <작가의 마감>이 유머였다면 <작가의 계절>은 감성이다. 이 가을에 딱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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