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호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2
마리 르도네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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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호텔>의 "장엄"은 말 그대로 웅장하고 위엄있고 엄숙하다,이다. 표지 아래 적힌 원제 <Splendid Hotel> 또한 아주 훌륭한,이란 뜻이니 이 호텔의 모습이 대강 상상이 갈 거다. 도대체 얼마나 훌륭하면 이런 이름이 붙은 호텔일까. 하지만 소설이 시작되면 바로 그 이름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장엄호텔은 할머니가 죽은 뒤부터 더 이상 예전 모습이 아니다. 쉴 새 없이 변기를 뚫어줘야만 했다."...11p


소설의 첫 문장은 이 호텔이 이름과 다르게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하게끔 한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이 호텔에는 호텔을 상속받은 건 막내이니 생활비 대신 호텔에 눌러 살겠다는 두 언니와 늪지에 세워져 습기와 각종 벌레들 때문에 조금씩 녹슬고 삭아가는 환경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 두 언니는 꼼짝 않고 불평만 해대고 그녀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변기를 뚫고 손님들 각종 시중을 들고 빨래에, 청소까지 할 일이 넘쳐난다.


아무도 슾지에 호텔을 세우려 하지 않았기에 이 장엄호텔은 그나마 이 지역을 오고가는 사람들을 수용하고 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는 않는 이 호텔에 손님들은 끊임없이 불평하면서도 마음대로 사용한다. 그 몫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돌아와 손님이 있지만 다시 수리비로 지출되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신기하게도 소설은 굉장히 짧은 문장들로 열거된다. 읽다 보면 숨이 가쁠 지경인데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무너져가는 이 호텔의 모습이, 그럼에도 전혀 게의치 않다는 듯이 자신이 할 일에만 열중하는 그녀와 대조를 이루며 매일매일의 일상이 빠르게 흘러가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읽다 보면 이런 최선이 과연 옳은가,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포기해야 할 때를 정하는 것도 용기인 것처럼 말이다. 안 되는 것을 끝까지 붙잡고 빚은 쌓여가고 결국 호텔이 무너지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걱정이 될 지경이니. 하지만 '나'는 끄떡도 않는다. 언젠간 이 호텔의 수명이 다 할지라도 그 마지막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 주인공의 의지가 무언가 가슴 뭉클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살다 보면 가끔씩 힘든 일이 닥쳐온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상황을 지나더라도, 결국 끝은 온다는 사실을... 나이가 드니 알겠다. 마냥 행복할 때도, 마냥 힘들 때도 없다. 견디다 보면 언젠가 좋아지고 또 그렇게 지내다 보면 다시 어려움이 생긴다. 그렇게 하나 하나 견디는 거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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