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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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리드 누네즈,라는 낯선 작가의 책이 가슴을 울린다. 아주 오랫만에 울컥거리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 따라 무척 다른 느낌을 갖게 될 것 같은데 내 경우 내가 여성이라서, 아마도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에 다가간 것 같아서, 엄마를 암으로 보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소 주제가 산만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의 문체가 너무나 담담해서, 아마도 자기 본인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거의 대부분은 지켜본 이야기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듯 보여 그 다양한 주제들이 산만하다는 느낌보다는 살면서 생각한 것들을 가감없이 모두 표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책은 모두 3부로 나뉜다. 그 1부, 2부, 3부의 분위기가 전부, 전혀 다르다.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보았을 때는 암으로 죽어가는 친구 곁을 지켜주는,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고 읽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그 이야기는 2부에서 다룬다. 1부는 그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의, 병 든 친구를 만나고 그 여행에서 전 애인의 강연을 들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2부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죽어가는, 죽음을 준비한 친구 곁을 지키는 이야기이고 3부는 그 곁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에선 자신의 이야기조차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듯, 혹은 강연에서 만난 사람들, 에어앤비 집주인 이야기, 옆집 할머니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히 전 애인의 강연(지구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지구는 종말이 다가오고 있고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고 주장하는)을 통해 전반적인 죽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옆집 할머니를 통해 이웃에 대한 혹은 인류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가가 전 애인의 강연과 대조된다.


그러다 2부에선 이 죽음이 좀더 개인적인 일로 다가온다. 죽음을 앞둔 친구 곁에 있게 되면서다.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하는 친구 앞에서 자꾸만 식욕이 늘어나는 자신을 혐오하고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오로지 친구의 죽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현재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3부는 좀더 감정에 치중한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선택을 지지하지만 그럼에도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스트레스로 무너지기 직전까지 가는 감정 묘사가 무척 뛰어나다.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122p


"진심"이 담긴 한 마디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까지 가면을 쓰고 의례적으로 했던 말들이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진심을 담아 한 명에게라도 관심을 전하는 말 한 마디 전해야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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