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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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서 스페인 내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쩌면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큰 흐름 안에서만 보자면 어느 한 나라 안에서 일어난 내전일 뿐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내전이 세계 여기저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각 나라의 지원으로 조금 이른 2차 세계 대전으로까지 이어질 뻔 했던 이 스페인 내전은 그뿐 아니라 각 개인의 삶에 스며들어 조지 오웰이나 피카소 등 우리가 읽고 보는 작품에도 드러난다.


또다른 개인의 이야기가 있다. <아무것도 없다>는 스페인 내전 후의 바르셀로나 속 한 여대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그 전후의 우울한, 하지만 일상을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드레아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지만 안드레아 본인의 감정뿐 아니라 주변인들(거의 대부분 안드레아의 외가)이 느끼는 것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안드레아는 시골에 있는 친가에서 자라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외가가 있는 바르셀로나로 온다. 하지만 한때 위용을 자랑했던 외가는 내전을 거치며 재산을 잃고 두 외삼촌의 정신도 피폐해졌다. 집안에서 행복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싸우는 소리만 계속된다. 그 안에서 안드레아는 어떻게든 "자신"을 찾으려고 한다.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안드레아와 외가의 모습,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담담하게 때로는 냉철하게 보여진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들로 계속해서 일어나는 싸움은, 점점 더 서로를 예민하게 만들고 참을 수 없게 한다. 이 집을 벗어나는 것이 안드레아에게는 유일한 자유처럼 느껴졌을 텐데 그 자유를 억압하던 이모가 이 집을 떠나며 1부가 끝난다.


2부는 1부처럼 외가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지만 자유가 주어진 만큼 대학에서의 안드레아 모습도 묘사된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 애나를 통해 안드레아는 조금의 위안과 일상을 찾아가려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고 안드레아는 방황한다.


"어차피 내 인생의 끝이 막다른 골목이라면, 인생을 굳이 힘겹게 뛰어갈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들은 인생을 향유하기 위해 태어나고, 또 어떤 이들은 죽도록 일하기 위해 태어나고, 또 어떤 이들은 그저 인생을 지켜보기 위해 태어나는가 보다. 나라는 사람은 그 관조자의 역할을, 그것도 아주 미미한 역할을 하도록 타고 난 것 같았다."...371p


소설을 읽다 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진다. 1인칭 시점이지만 안드레아 본인보다 안드레아가 지켜 본 가족의 모습이 더 많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를 지나고 부모 없이 친가에서 무엇 하나 원하는 것 해보지도 못하고 자랐을 안드레아. 그녀가 이제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스스로의 생활을 꾸려가려 했으나 자신의 생활보다는 악다구니 같은 집에서 그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좌절하고 절망했을지, 그 감정이 절절하다.


3부에서는 또다른 전환점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전환점은 제발 이 "아무것도 없기를 바라지 않는" 안드레아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길 바란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말이다. 소설은 내전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후의 분위기를 한 가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며 가족의 해체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안드레아가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은 결국,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옆에서 보여주는 친구나 또다른 누군가의 순수한 애정이 말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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