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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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우사미 린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기사는 본 기억이 난다. 무려 19세에 등단하여 각종 문학상을 휩쓴 MZ 세대 작가. 그 이른 나이에 어떻게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문장을 쏟아낼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그녀의 두 번째 작품 <최애, 타오르다>를 만나게 됐다.

처음 "최애"라는 단어를 봤을 땐, 그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무언가를 표현하는 말인 줄 알았다. 가끔 아이가 "최애"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어도, 설마... 소설에서 그런 단어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역시나 나이 먹은 어른의 편견이다. 그러니 소설 첫 장을 펼쳐 이야기가 시작됐을 때 당황할 수밖에.


"최애가 불타버렸다*"...7p


첫 문장이 강렬하다. 우리식 표현이 아니므로 *가 붙고 아래 설명이 이어진다.


"사전적 의미 외에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


아~ 나 이 세계에 대해 좀 안다. 비록 나는 덕질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지만, 우사미 린과 5살도 차이나지 않는, 한창의 MZ 세대가 우리 집에도 있다. 그녀는 12살부터 덕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굿즈를 사느라 자신이 모은 돈의 반을 써보기도 하고 (난 자유방임주의이므로 그냥 지켜만 봤다.) 그 대상의 슬픈 소식에 우울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지금도 덕질은 여전하다. 어느 정도의 가치관도 선 듯하다.


들었던 말이 많아서인지 이해가 쉬웠다. 주인공 아카리에게도 금방 빠져들었다. 어쩌면... 이 아카리가 내 딸인 것처럼 느껴져서일지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난장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최애가 사고를 쳤으니. 그런데 이 주인공, 끄떡도 하지 않는다. 팬을 때렸다는 마사키가 믿기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그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마사키는 주인공 아카리가 살아가는 이유였으므로 절대로 버릴 수가 없다. 오히려 더 그를 파악하려고 온갖 방송을 녹음하고 분석하여 블로그에 올린다.


아카리에게는 문제가 있다. 남들처럼 일상을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병원에서 몇몇의 병명을 들었고 최선도 아닌 70%로 끌어올리기만 해도 온 힘이 다 빠져나가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가족은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최애만이 그녀가 살아갈 힘이다. 그런 최애가, 사고를 치더니 다음 행보도 심상치 않다.


"그가 그 눈동자에 억눌렀던 힘을 분출해 공적인 장소임을 잊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파괴하려고 한 순간이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내 몸에 가득 차올랐다. ...(중략) ... 살이 전율하는 대로 내가 나를 부수려고 했다. 엉망진창이 됐다고 생각하기 싫으니까 내가 엉망진창을 만들고 싶었다. "...131p


최애의 행동 하나에 울고 웃는 아카리가, 주변에선 그 누구도 그녀를 이해해주지 않는 상황이 무척 슬펐다. 어른들은 강요한다. 제대로 살라고. 최선을 다 하라고. 그 제대로와 열심이 도대체 뭘까. 어른 그 자신도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면서.


일본도 팬덤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문화를 너무나 잘, 표현함과 동시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감정 묘사도 훌륭했던 작가의 필력에 놀랄 수밖에 없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척 기대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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