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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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 어느 정도 내용을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예상을 모두 깨트리고 더 놀랍고, 더 무시무시하고, 더 끔찍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의 장르를 구분하자면,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해야 할까.


"밤에 당신의 집은 온통 불이 붙은 듯 빛나."...11p


소설의 첫 시작이다. 당신...이라니. 1인칭이나 3인칭에 익숙해져 있다가 정말 오랫만에 독백체를 만났다. 게다가 그 대상은 그녀의 전남편, 한 명이다. 우리는 그녀가 남편에게 하는 말처럼 씌인 글을 읽고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다 중간 중간, 회색빛 종이에 따로 나오는 그녀, 블라이스의 할머니 에타부터 어머니 세실리아의 이야기를 추척하며 그녀의 행동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추리한다.


이제는 전남편이 된 남자의 집 안을 마치 스토커처럼 지켜보는 블라이스의 시선에는 너무나 행복하고 완벽한, 한 가족이 있다. 그 안에는 자신의 딸, 바이올렛도 속한다. 자신을 극도로 거부하고 싫어하던 아이. 태어날 때부터 너무나 힘들게 했던 아이. 그녀는 자신의 딸을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었다.


당위성...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듯 소설은 블라이스의 할머니부터 어머니와 그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래부터 모성이 없는 여자들도 있다고. 그런 여성에게서 자란 아이 또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엄마가 된 여성에게 "모성"을 강요한다. 엄마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모든 것을 내주고 완벽하게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고.이 강요는 이런 여성들에게 또다른 압박을, 미칠 듯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안 될 뿐이다.


그런가 하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블라이스에 의하면, 바이올렛은 태어날 때부터 예민하고 다른 아기들과는 달랐다. 조금 자라면서부터는 소시오패스적인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서술자가 블라이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은 블라이스의 입장에서 보이는 모습과 생각이다. 그러니 바이올렛이 정말 그런 아이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알 수가 없다. 마지막 장 끔찍한 전화로 그 의혹은 더 증폭된다.


작가 애슐리 오드레인은, "나는 모성의 어두운 면에 대해 쓰고 싶었다. 최선의 환경이라고 해도 육아는 때로 매우 추하고 끔찍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둔 후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성에 동반되는 여성의 공통된 불안과 두려움을 탐구하는 데 몰두했다고.


첫 아이를 낳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던 24개월까지의 나는, 갈수록 피폐해져 갔다. 첫 1년은 또래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을 만나고, 아이가 잠든 사이 인터넷에서 방황하고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보냈다. 그때까지는 아이가 걸어다니지 않았으니까. 1년이 지난 후 아이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말도 하게 된 후에는 하루 하루가 지옥같았다. 잘 돌봐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이렇게 매여 있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나 자신은 사라지고 내가 잘 못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그러므로 나 또한 블라이스이다. 만약, 내 아이가 바이올렛이나 또다른 아이들처럼 잠이 없는 아이였다면... 내가 그 시절을 버틸 수 있었을까.


<푸쉬>는 그러므로 서스펜스 스릴러 형식을 가진, 모든 여성들의 소설이다. 또한 모든 남성들이 읽어봐야 할 소설이기도 하다. 아내의 고민을, 외로움을, 진지한 생각을 무시하고 무조건 내 아이 편에 서서 "엄마"를 공격하는 편가르기도 모자라 그 아내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준 남성들이라면 더욱. 소설이라고 치부해버리지 말자. 소설은 현실의 처절한 반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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