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고쳐 쓴 이 책의 작가 손주현 님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최대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지만 재미도 있게 잘 바꿔썼을 뿐만 아니라 원문 속 박지원의 글 자체를 옮겨 담아 직접 그 글솜씨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청나라로 떠나기 전부터 마음가짐이 달랐다. 먼저 다녀온 홍대용의 영향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박지원과 그의 친구들처럼 명예와 유교의 도리를 우선시하기보다 백성들의 삶을 좀더 편하고 잘 살게 해주기 위해, 실리적으로 조선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을 배워올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들먹거리며 누리기만 할 심산으로 떠난 다른 양반들과는 사뭇 다르게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가장 높은 곳까지 두루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 보고 관찰하고 배워오려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청나라의 모든 것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들의 겉치레 같은 것들은 가감없이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의 실학 사상이 가장 돋보이는 그의 사상이 담긴 책이라 할 만하다.
글을 읽고 있자니 정말 솔직한 박지원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잘난 것만 쓰고 싶을 텐데도 부끄러웠던 일, 실수한 일들도 오히려 재미로 승화시켜 읽는 이들을 배꼽잡게 하고 있다. 그것이 <열하일기>가 당시에도 베스트셀러가 됐던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