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다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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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투스 출판사의 문득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해 문학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들을 다시 호출해 누구나 알고 있는 작가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글(文)을 얻을 수 있는 (得)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시리즈라고 한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은 005 다섯 번째 소설로 이상원 교수가 러시아어 원전을 번역하여 체호프의 문장을 더욱 생생하게 구현했다.

처음 안톤 체호프의 소설에 빠진 건 <카멜레온>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단 3,4페이지였을 뿐이었는데 그 짧은 단편 안에 너무나 위선적인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제목도 그렇다. 실제로 카멜레온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이렇게 상징으로 제목을 달았다. 그 천재성에 놀랐던 기억에 있다.

<<자고 싶다>>에도 그런 작품이 등장한다. 맨 처음을 장식한 <관리의 죽음>인데 극장 객석에서 우연히 하게 된 재채기 한 번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어찌 보면 어처구니 없는 단편이다. 그런데 이게 또 놀랍다. 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이 자신의 오판과 위선 때문인 것이다. <삶에서 하찮은 일>도 그렇다. 어른들의 위선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이야기로 전혀 아이들에게 관심없던 한 남자의 변덕이 얼마나 아이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반면 <우수>와 <반카>, <자고 싶다>는 기존의 체호프 작품과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면서도 충분히 체호프적인 작품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아들의 죽음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 마부 요나의 슬픔이 너무 짙게 느껴져서 제목 그대로 너무나 슬펐던 <우수>와 마치 우리나라 50, 60년대 식모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의 <반카>와 <자고 싶다>는 그 아이들의 이야기 자체로 큰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책의 제목이 된 <자고 싶다>는 <반카>와 비슷한 소재와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다가 마지막 반전에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도 "끔찍하다"의 느낌이 아닌 "저 아이를 어쩌지~"의 느낌이 드는 건, 역시나 아이에게 더욱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6호 병동>과 <베짱이>는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과는 다른 중편 소설이었다. 호흡이 긴 만큼 묘사와 서사가 길어졌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깊이있게 체호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체호프를 읽는 기쁨은 남다르다. 짧으면 짧은 만큼, 길면 긴대로. 개인적으로 짧은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체호프를 통해 단편 소설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 그 짧음 속에 들어있는 상징과 비판, 비유, 아이러니 등이 아주 짜릿하다. 특히 이번 문득 시리즈에선 다른 책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읽을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출판사에서 이런 노력을 해주면 독자는 정말 기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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