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미완성작을 김재석 작가가 원작을 중심으로 충실하게 덧붙여 쓴 것이 이번 <설공찬이>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특이점 몇 가지를 찾을 수 있는데 우선 "순창"을 거점으로 한다는 점이다. 설공찬이라는 주인공이 살았던 고장이 순창으로 이야기 대부분이 순창에서 벌어지고 때문에 순창의 문화가 소설 곳곳에 자연스럽게 소개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이야기 속에서 설공찬이 소개하는 "저승"에 대한 이야기이다. 설공찬은 20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고 저승에 가는데 그곳에서 조상을 만나 삶을 평가받기 전에 곳곳을 여행하고 사촌 공침의 몸에 빙의해 다른 사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 과정에서 저승 곳간이나 저승의 여러 신들의 이야기 등 우리 전통 문화 속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특히 권선징악의 효과가 아주 뚜렷하다.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따라 저승에서의 삶이 달라진다는 공찬의 이야기는 분명 교훈이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공찬의 누이 초희의 삶을 통해 조선 전기이지만 여성의 삶의 미래상을 찾아볼 수 있다. 공부를 좋아하고 뛰어난 문학성을 지녔던 초희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승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저승에서는 그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임으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어를 사용하려는 작가의 노력도 돋보였다. 손탯그릇(장식함) 등 쉽게 쓰이는 단어 대신 고유어를 선택함으로써 문장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