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책장 파먹기"는 정말 우리 집 책장에서 오래 묵혔던 책들로 구성되었다. 당장 좋아서 사 놓고는 멋들어지게 책장을 장식까지 해놓고, 가끔 들여다 본다. 읽어야지~ 생각은 있는데 읽을 때 막상 오래 걸릴까 봐 손에 안 잡히는 거다. 읽을 책은 항상 밀려 있고(왜 책을 이렇게 숙제하듯 읽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떤 책들(특히 <책은 도끼다> 같은 책들)은 천천히 음미하듯 읽고 싶은데 시간에 밀려 중간에 끼어들 수가 없어 이렇게 몇 년을 흘려보낸 거다.


 그러다 이렇게 "책장 파먹기" 프로젝트로 들어왔다. 2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사실 2주도 힘들었다. 일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어떤 날은 하루에 10페이지 넘기기도 힘들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손에 들었다. 그것이 내 습관이니. 앞부분부터 흥미롭기도 했고. 그럼에도 첫 주는 100페이지도 넘기지 못했다. 그러니 350페이지에 해당하는 이 책을 두 주 동안 천천히 음미하기는 ~.... 뒷부분 아주 재미있는 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더라면, 바빴던 첫 주와 달리 둘째 주가 조금 한가하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ㅎㅎㅎ


박웅현이라는 광고 크리에이터는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통해 이름만 알았다. 이후 큰 아이가 중학교 시절 자유학기제를 거치며 진로 시간에 박웅현에 빠지며 이분의 다양한 책을 독파하며 곁에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는 정말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것, 인간적이고 표현력이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부럽다고. 이분의 광고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책은 도끼다>를 읽고 나니... 알 수 있겠다. 이분은 정말 책을 다양하고 깊이 읽는구나~ 하고. 그런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광고로 재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책이 휴식, 정도인데 이분에겐 삶 자체인 듯 보인다는 것. 몸으로 체화해서 다시 밖으로 내보낼 수 있을 만큼 깊이있게, 넓게, 그야말로 통섭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부러웠다. 어디서 나는 차이일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속도인 것 같다. ㅎㅎ 여러 번 얽매이지 않고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서 보고 또 읽고 줄 치고 적는다. 나는... 항상 읽어야 하는 책이 쌓여있다. 책 욕심만 많은 탓이다. 그러니 읽고 나면 다음 책, 다음 책, 또 다음 책이 기다린다. 너무 좋았던 책은 물론 다시 읽어보려고 잘 소장 중이긴 하지만 다시 읽을 일은 수업을 위한 책이 아닌 다음에야 잘 읽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이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내 것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책에 대한 방향이 달랐다. 이 욕심을 놓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르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129p


카프카가 했다는 이 말로 박웅현은 어떤 책이 감수성을 깨우느냐를 설명하고 있는데, 나의 경우는 내가 감수성을 깨우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책을 읽어왔구나~ 하는 반성을 하는 문장으로 읽혔다. 그래도 이전보다 아주 많이 욕심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적어도 이 책은 내게 도끼의 역할을 했다.


#책은도끼다 #박웅현 #북하우스 #진정한독서를하자 #책장파먹기 #책속책은다읽고싶다 #역시광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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