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이니, 뼈오를꽃, 살오를꽃, 피오를꽃, 숨트일꽃... 같은 단어들은 <바리데기> 신화를 통해서나 들어봤다. 그리고 그 바리데기 설화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전부인 줄 알았다. 저승의 서천꽃밭을 지키게 된다는 한락궁이 설화의 내용을 책 뒤편 "지은이의 말"을 통해 확인하고 나서야 하나일 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락궁이 신화의 내용은 이렇다. 서천꽃밭 꽃감관으로 임명받은 사라도령은 임신 중이었던 부인, 원강아미와 함께 서천꽃밭으로 간다. 하지만 도중에 너무 힘이 들어 사라도령만 떠나고 원강아미는 천년장자의 집에 종으로 들어간다. 천년장자를 아비로 알고 자랐지만 계속해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한락궁이는 뒤늦게 자신의 친아버지를 알고 서천꽃밭으로 찾아가고 환생꽃과 멸망꽃을 비롯해 신비한 꽃을 가지고 돌아와 천년장자를 응징하고 죽은 어머니를 살려내고 어미, 아비와 함께 잘 살다가 훗날 아버지를 이어 서천꽃밭 꽃감관이 된다.
<한락궁이야, 네 집을 지어라>를 읽기 전에 이 한락궁이 신화의 내용을 아는 게 중요해 보인다. 신화를 몰라도 내용은 따라갈 수 있겠지만 책의 주제라든가 깊은 의미 같은 것은 깨닫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락궁이가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