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세는 날 개암 그림책 13
제성은 지음, 릴리아 그림 / 개암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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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으로 이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해서 이 날을 "눈썹 세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 세시 풍속인데도, 어쩜~ 난 이 말을 처음 들어봤다. 그래서 처음 이 그림책을 받아들고 도대체 눈썹 세는 날이 뭔가~ 했다. 50이 다 되가도록 우리 풍속도 모르다니, 얼마나 창피했는지! 그래도 이 그림책을 통해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책 표지를 넘기면 안쪽 속표지에 커다란 달력이 하나 있다. 그리고 12월 마지막 날에는 기대를 한껏 담은 "눈썹 세는 날!!"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도대체 눈썹 세는 날이 뭐지? 하며 기대를 한껏 안고 책장을 넘겼다. 사실 처음에 우리 둘은 눈썹이 몇 개인지 세는 날인 줄 알았다는~ㅋㅋ




가온이와 라온이는 '누가 누가 안 자나' 내기 중이다. 


"먼저 잠들어서 내일 아침에 눈썹이 하얗게 세면 지는 거야."


이 대사를 보고서야 우리는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썹 세는 날을 찾아보기 전에 아무 정보 없이 읽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렇게 이런저런 추리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마도 이날은 12월 31일. 가온이와 라온이는 눈썹이 하얗게 변하는 것이 싫어 서로 안 자는 내기 중이다. 그때 창문에서 "툭툭, 툭툭" 소리가 들리고 곧 커다란, 눈처럼 새하얀 토끼가 굴러들어온다. 자신을 달나라 옥토끼라고 소개한 이 토끼는 집에 가려다 길을 잃었으니 잠시 쉬어간다 하고 둘의 내기를 도와준다며 아이들을 재우려 한다. 


아이들은 과연 눈썹이 하얗게 세지 않도록 잠들지 않을 수 있을까?




달나라 옥토끼가 가온이와 라온이를 재우려는 과정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겅중겅중, 강중강중" 등의 흉내내는 말고 예쁘고, 토닥토닥 재워주다가 "자"자로 끝나는 말 시합도 재미있고 결국 잠드는 가온이와 라온이의 모습은 너무나 귀엽고 포근하다. 그런데, 그 뒤 페이지를 넘기면 완전 "빵!" 터진다.


아이는 이 장면에서 완전 낄낄, 깔깔, 하하하...침대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한참을 웃었다. 맨 뒤페이지의 반전까지! 어찌나 재밌게 읽었는지 아주 오랫만에 또 읽어달라 하고, 다 읽으면 또 읽어달라 하고... 무려 4번이나 읽었다는~!


그러고선 이제 말일이 며칠 안남은 이 시점에 누구에게 장난을 칠까 계획한다. 까칠한 고등학생 언니는 못하고, 엄마랑 작당 중이니 아빠밖에 없다. ㅋㅋㅋ 12월 31일 언제나 일찍 잠드는 아빠 눈썹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 담날 깜짝 놀래켜줄 계획을 세우고는 또 웃겨서 어쩔줄을 모른다. 그러곤 며칠을 이 책을 끼고 살았다. 읽어주는 엄마도 재미있었지만 아이는 그 재미가 몇 배나 컸나보다. 


그림책도 예쁘고 내용도 재미있고 대사말도 아름답다. 그런데 우리가 알지 못하던 우리 풍속도 새로 알았으니 그야말로 훌륭한 그림책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주입하듯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재미로 우리 풍속을 알려주는 책이 더욱 많았음 한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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