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의 다리 A Bridge of Children's Books - 책으로 희망을 노래한 옐라 레프만의 삶
옐라 레프만 지음, 강선아 옮김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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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 있는 블루텐부르크 성에는 국제 어린이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150여 언어로 된 약 61만 권의 세계 어린이, 청소년 도서가 소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한 다양한 각종 행사도 열린다. 이런 사실을 뉴스로 보게 된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실, 이런 도서관이 생길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사람의 주도적인 역할이 아주 컸다. 바로 <어린이 책의 다리>의 저자 옐라 레프만이다. 




옐라 레프만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자 영국으로 망명한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미국이 독일을 점령한 후 그 점령군의 요청으로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문화와 교육을 위한 자문" 자격으로 독일로 돌아온다. <어린이 책의 다리>는 그렇게 독일로 돌아오는 45년 가을부터 도서관 업무에서 은퇴하는 1957년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약 12년 동안 옐라 레프만이 이룬 성과는 어마어마하다. 


분명 요청을 받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여성이, 제복을 입고, 남성들 그것도 군인들 사이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위한 작업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절차에 부딪히고,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는 반대에 맞서야 했고, 전쟁의 폐허인 그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 자신이 토대를 세워야 했다. 


"세계사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이렇게 잊히고 있는 상황뿐 아니라, 그것을 단지 흘러간 과거로 여겨버리는 상황을 목격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충격이었다."...42p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만 어려운 건 아니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바로 그곳에서 이 모든 일의 잔재가 남아있는 상황과 객관적이지 않은 편견들, 이 나라는 틀렸다는 우울감이나 반대로 지나간 시대를 잊지 못하는 생각들과도 맞서 싸워야 했다. 




그렇게 그녀의 첫 성과, 국제 아동 전시회가 열린다. 주요 도시마다 열렸던 이 전시회는 옐라 레프만의 열정으로 각 나라에서 받은 기증 도서로 이루어지고 각 나라에서 부탁해 받은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구성되는데 아이들의 열렬한 환호로 대성공을 이루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성공으로 이끈 이 도서전에 힘입어 옐라 레프만은 이러한 전시회를 언제든 아이들이 만나볼 수 있도록 도서관으로까지 기획하게 되고 착착 진행시킨다. 




전시회와 도서관만 이룬 것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미래 아이들을 위한 기획들이 오히려 내겐 눈에 띄었다. 잠자리 동화(이미 있는 이야기들이 아닌, 각지에서 받은 새로운 이야기들)나 청소년 토론회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기존의 생각들을 완전히 뒤집고 새롭고 희망적이지만 과거를 덮으려거나 비판 없이 나아가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야말로 미래를 위한 설계이고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인간이란 어린이였던 기간이 가장 짧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에 어린 시절의 풍부한 보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플라톤이 오래전에 우리에게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어린이를 죽게 해서는 안 됩니다."...207p(오르테카 이 가세트의 말 중)


읽는 내내 같은 시절,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었던 우리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시대, 우리나라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한 몸 희생해 아이들을 위해 뛰었던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만약 있었다면 우리의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고 말이다. 아직도 우리의 교육은 제대로 된 길에 들어선 것 같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아이들은 책을 손에서 놓는다. 이른바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진짜 공부는 바로 책인데 말이다. 좋은 책들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유아 시절에만 책을 사주는 부모들도, 독서의 소중함은 알아도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우리나라의 교육에도 안타까울 뿐이다. 


#옐라레프만 #나미북스 #어린이책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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